그러나 전 세계적인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에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높아져, 상반기 기준 무역적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무역적자 발생과 더불어 전 세계 성장세 둔화, 공급망 불안정 심화 등 무역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석 달 연속 무역수지 적자…금융위기 이후 처음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77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4% 늘었다. 이에 따라 우리 수출은 20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두 자릿수 증가율은 16개월 만에 멈췄다.
같은 기간 수입은 19.4% 늘어난 602억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높아 24억7000만 달러 적자로 석 달째 적자를 이어갔다. 무역수지가 석 달 연속 적자를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였던 2008년(6월~9월) 이후 약 14년 만이다.
아울러 6월을 포함한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15.6% 오른 3503억 달러, 수입은 26.2% 증가한 3606억 달러였다. 상반기 수출액은 반기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기존 반기 최고실적이었던 지난해 하반기(3413억 달러)보다 90억 달러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일평균 수출액도 26억2000만 달러로 역대 반기 기준 최고 실적이다. 다만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반기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 적자였다.
이는 기존의 상반기 역대 최대 무역수지 적자 규모인 1997년의 91억6000만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상·하반기를 통틀어 반기 기준으로는 1996년 하반기의 125억5000만 달러 적자가 최대 규모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무역적자는 수출입 증가로 무역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수입이 수출을 상회하며 발생했다”며 “상반기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87.5% 증가한 879억 달러로, 무역적자의 핵심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선박 제외한 14대 품목 상반기 수출 증가
품목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에는 15대 품목 중 조선을 제외한 14대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석유제품, 석유화학, 철강,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등 품목 수출은 역대 상반기 1위였다.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8% 오른 690억2000만 달러였다. 견조한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와 파운드리 업황 호조 등으로 높은 수요가 유지됐다.
석유제품(303억8000만 달러·89.3%)과 철강(207억7000만 달러·26.9%)은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단가가 오른 덕을 봤다. 바이오(92억5000만 달러·20.2%)는 진단키트 시장, 이차전지(47억1000만 달러·9.1%)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성장 덕에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이 밖에 석유화학(300억9000만 달러·16%), 자동차(243억5000만 달러·3.2%), 차 부품(117억9000만 달러·1.6%), 디스플레이(108억1000만 달러·17.5%), 무선통신(84억9000만 달러·13.2%), 컴퓨터(95억1000만 달러·35.1%), 섬유(64억8000만 달러·5.8%), 가전(43억5000만 달러·6.3%) 등 품목 수출도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선박은 수주와 건조·인도 간 시차에 따라 지난해 수주 물량이 수출에 미반영돼, 올 상반기 수출액은 30.5% 감소한 82억5000만 달러였다. ◆‘中·아세안·美·EU’ 4대 시장 수출 역대 상반기 1위
올해 상반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재제 등으로 3월부터 수출 감소세가 지속된 독립국가연합(CIS)을 제외한 주요 8대 지역에서 수출이 성장했다.
특히 아세안(647억2000만 달러·31.8%), 미국(549억6000만 달러·18.2%), 중남미(142억5000만 달러·17.4%), 중동(85억6000만 달러·20.2%), 인도(90억 달러·21.5%) 등에 대한 수출은 모두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아울러 4대 시장인 중국(813억8000만 달러·6.9%)과 아세안, 미국, 유럽연합(340억2000만 달러·8.2%) 수출액은 모두 역대 상반기 1위 규모를 달성했다. 인도로의 수출 역시 역대 상반기 1위였다.
중국 시장에서는 반도체(27.4%), 석유화학(10.4%), 무선통신(71.1%) 등 품목이 선전해 수출 실적에 기여했다. 아세안에서는 반도체(39.2%), 디스플레이(29.9%), 석유제품(207%) 품목의 수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시장에서는 컴퓨터(52.5%), 일반기계(24.4%) 등 품목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석유화학(34.2%), 철강(61.1%), 무선통신(69.8%) 품목 수출이 크게 성장했다.
◆“무역 불확실성…민관협력형 수출 확대 총력”
정부는 올해 상반기 수출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 어려운 대외 수출 여건 속에서도 선전했지만,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수출 확대를 위해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급증으로 연달아 적자가 발생한 가운데, 글로벌 성장세 둔화와 공급망 불안정 심화 등 우리 무역 전반에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 수출이 하반기에도 흔들림 없이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여러 정부부처가 3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수출 활성화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7월 중 ‘민관합동 수출상황점검회의’도 개최해 민관협력형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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