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레미콘 운송차주들이 운송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1일 경기도 과천의 한 아파트 현장소장은 “화물연대 파업 당시 전기 설비나 창틀 공사 등 대체 공사를 이미 진행한 터라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소장은 “화물연대 파업 여파가 끝나기도 전에 레미콘 운송차주들까지 파업을 하니 공사 일정이 지연돼 지체상금(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사업자가 발주처에 내야 하는 벌금)을 물어야 할 것 같다”며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토로했다.
화물연대 파업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레미콘 운송차주들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건설 현장은 공사 중단 위기에 내몰렸다.
건축 현장의 핵심 자재인 레미콘 수급 중단이 현실화하면서 일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예정된 공사가 무기한 연기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레미콘운송노동조합는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면 파업에 돌입했다. 수도권 차주 중 90% 가까이 속해있는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레미콘사에 기존 5만6000원인 운송료를 7만1000원(26.7%)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요소수 100% 지급(월 6만원 상당) ▲명절 상여금 100만원 지급 ▲근로시간 면제수당(타임오프 수당) 100만원 ▲성과금 1인당 100만원(연 2회) 등도 함께 요구 중이다.
하지만 레미콘 업계는 운송료 인상 폭이 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6년 대법원에서 레미콘 운송업자들은 근로자나 조합원 지위가 아니라고 판결한 만큼,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며 “운송료 인상뿐만 아니라 터무니없는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운송료 27% 인상 요구의 근거가 대체 뭔지 알고 싶다”며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한꺼번에 27%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레미콘 운송차주들의 파업으로 일부 건설현장은 직격탄을 맞았고, 건설사들은 공사 준공 기한을 맞추지 못할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수도권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레미콘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물론 골조 공사도 모두 중단됐다”며 “파업 상황이 길어지면 준공 기한을 맞추기 어렵고, 분양도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원자잿값이 치솟고, 잇단 파업으로 공사 차질을 반복되고 있다”며 “공사가 중단된 현장을 보고 있으면 속이 타들어간다”고 전했다.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더욱 난감하다. 레미콘 공급 중단에 대비해 콘크리트 타설량을 늘리거나 다른 공정으로 대체하는 등 대응책을 세웠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레미콘을 제때 구하지 못해 아예 공사를 중단한 곳이 적지 않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급한 대로 다음 주까지 내부 마감 공사로 대처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태”라며 “파업이 장기화해 타설 공사가 중단되면 예정된 입주 일정도 미뤄야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레미콘 운송차주들의 파업에 대비해 일부 현장의 레미콘 타설 공사를 앞당겼다”며 “미리 확보한 레미콘으로 우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다음 주까지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공사가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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