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충격파에 추경호 이창용 김소영 “선제대응”
한은 “공급난에 물가 오름세 심화”… 올들어 공산품 가격 급격히 올라
대형마트, 주요 생필품 가격 인하… 편의점도 할인 경쟁 뛰어들어
20대 직장인 이모 씨(서울 서대문구)는 최근 1분 거리의 편의점 대신 15분가량 떨어진 동네슈퍼를 간다. 10개들이 계란이 편의점에서 6000원대에 팔리고 있어서다. 이 씨는 “계란 한 알에 600원이 넘는 걸 보고 놀랐다. 조금 번거로워도 발품을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소비행태까지 바꿀 정도로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고금리·고환율의 복합위기가 닥치면서 경제정책 수장들이 합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4일 모인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들은 “복합 경제위기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선제 대응 방침을 밝혔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물가상승률 6%대 진입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통계청은 5일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한다.
○ “우리 경제 상황 매우 어렵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지난달 16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18일 만에 다시 만났다.
이날 이들은 국내외 금리 상승기에 거시경제 리스크 요인들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관계부처 합동 대응체계를 구축해 선제 대응하기로 했다. 특히 금융·외환시장을 비롯해 가계부채, 금융기관 건전성을 면밀히 점검할 방침이다. 소상공인과 청년층 등 취약 차주 부채와 기업 자금 상황도 점검 대상이다. 이들은 앞으로 수시로 만나 국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복합 경제위기 타개에 필요한 공동 대응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많은 국가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에 위기감을 갖고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연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경제안보와 관련한 순방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해주고 대통령실이 부처와도 수시로 협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 글로벌 공급망 차질 물가상승 심화
문제는 지속되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국내 물가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내놓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의 특징 및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의 ‘제로(0) 코로나 정책’ 유지, 글로벌 식량수급 불안 가능성 등으로 앞으로 공급 차질 전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물가 오름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생산자물가지수에서 공산품으로 분류된 품목 가운데 올 들어 가격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인 품목은 전체의 50%를 넘어섰다. 10% 이상 오른 품목도 약 40%에 이른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유통업계는 필수 상품의 가격을 인하하고 나섰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를 잡기 위해 나름의 생존 전략을 찾아 나선 것. 이날 이마트는 계란 양파 우유 김치 화장지 등 40개 필수상품의 가격을 평균 13% 인하한다고 밝혔다. 할인 종료 시점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연중 상시 최저가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연말까지 최저가 정책을 확대하고 이후에도 고물가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 역시 카테고리별 매출 상위 30%에 드는 생필품 500여 종의 가격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편의점도 생필품 할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초저가 자체상품(PB) 브랜드를 내놓으며 달걀, 삼겹살, 두부, 콩나물 등 신선식품 5종을 대형마트 수준의 특가에 판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신선식품을 시작으로 주요 생필품 카테고리로 할인품목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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