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알몸 절임 배추 파동 이후 줄었던 김치 수입이 5월 동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최근 다시 늘고 있다.
거리두기 완화로 인한 외식 수요 증가와 원재료 가격 상승 등 물가가 치솟으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산 김치를 다시 찾는 것으로 보인다.
6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김치 수입량은 2만4845t으로 지난해 같은 달 2만1148t과 비교해 17.4% 증가했다. 동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07년 이후 역대 가장 많은 양이다. 수입 김치의 거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들여온다.
지난해 3월 중국에서 한 남성이 알몸으로 배추를 절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지면서 김치 수입이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총 김치 수입량은 24만607t으로 코로나19로 외식 수요가 크게 줄어든 2020년 28만1187t보다 4만t 넘게 줄었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9년(30만6050t)과 비교하면 21.4%나 감소했다.
올해 1~4월까지만 해도 예년보다 감소 추세이던 김치 수입량이 5월에는 전월(1만7786t) 대비 40%나 급증하는 등 최근 들어 다시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통상 5월은 노지 봄배추 수확으로 중국 내 배추의 유통물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한 영향으로 김치 수입량이 다른 기간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출입무역통계로 확인 가능한 2007년 이후 5월 기준 역대 최대인 점을 고려하면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증가세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6월(1~20일)에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18.7% 증가하는 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하반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수입량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중국발 알몸 절임 배추 파동 이후 수입산 김치를 기피하던 분위기가 최근 원재료 가격 폭등과 치솟은 물가로 인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달 초까지 가뭄이 장기간 이어지더니 때 이른 폭염과 장마로 인해 주요 농산물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4일 배추(10㎏) 도매가(중품 기준)는 1만1600원으로 1년 전(6333원)보다 83% 올랐다. 주요 김치재료인 무(44%), 열무(41%), 파(73%), 양파(118%), 당근(66%) 등도 1년 전과 비교해 가격이 크게 올랐다.
국내산 김치와 중국산 김치의 가격이 3배가량 차이나고, 농산물 가격 상승세를 감안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외식업체나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국내산 김치를 고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달 들어 정부가 물가 관리 차원에서 포장류 김치에 대한 부가가치세 10%를 면제하고 있지만 식품업체에서 대량으로 납품 받는 외식업체나 자영업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진 않는다.
중국산 김치 수입이 늘면서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3년간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된 중국산 품목 10건 중 7건이 배추김치에 해당할 정도로 중국산 김치가 국산으로 둔갑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정부는 수입김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수입 김치에 해썹(HACCP) 준수를 단계적으로 의무 적용하고, 원산지 허위 표시 등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에 연간 배추김치를 5000t 이상 수출하는 해외 제조업체는 오는 10월부터 식품위생관리체계인 HACCP 인증평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알몸 김치 사건으로 야기된 수입김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수입 김치에 HACCP 준수를 단계적으로 의무 적용하고, 2024년 10월부터는 모든 해외 김치 수출업체에 적용한다”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도 수입김치의 원산지 허위표시를 엄격히 단속하기 위해 원산지 위반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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