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복합위기로 자산시장 거품이 빠지면서 국민 노후자금 935조 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연간 기금운용 수익률이 4년 만에 ‘마이너스’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들어 국민연금기금 손실 규모는 36조 원을 넘었다. 올해 30조 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연간 국민연금 지급액을 날린 셈이다.
하반기(7∼12월)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리더십 공백도 길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하루빨리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선임에 나서 기금운용 수익률을 점검하고 연금개혁에도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
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시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전체 수익률은 ―3.79%로 잠정 집계됐다. 국민연금기금은 2019년 이후 연간 10% 안팎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뒀지만 올해 1월(―3.82%)과 2월(―3.57%), 3월(―2.66%)에 이어 4월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국민연금기금 손실액은 36조2000억 원이다.
운용 자산군별로 살펴보면 금융부문에서 대체투자(5.22%)와 단기자금(0.88%)을 제외한 모든 자산이 손실을 봤다. 올해 들어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이 악화된 건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 자산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노르웨이, 네덜란드, 캐나다 등 연기금도 3% 내외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고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자산시장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은 악화될 수밖에 없지만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통해 최소한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마이너스 수익률이 연금 고갈에 대한 국민들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사장 하루빨리 뽑아야”
국민연금기금의 올해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국민연금 적자와 고갈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2038년 최대 수준인 1344조6000억 원에 이른 뒤 2055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계했다.
연금개혁이 시급하지만 관련 움직임은 더디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2명이 연이어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4월 김용진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자진 사퇴한 후 이사장 자리는 석 달째 비어 있다. 제청권을 가진 복지부 장관 인선이 늦춰지면서 국민연금 수장 공백도 장기화된 것.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이사장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복지부 장관 직무를 대행하는 차관이 제청권을 행사해 하루빨리 리더십 공백 사태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치적인 이유로 기금운용본부장의 근속 기간이 해외 주요 연기금에 비해 너무 짧다”며 “중장기적으로 전문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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