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역 한 PC방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A 씨(22)는 최근 사장에게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4월부터 ‘24시간 영업’이 재개됐지만 매출 회복이 더뎠다. 여기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오른다는 소식까지 들리자 사장은 야간 운영에 무인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A 씨가 평일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주 30시간 일하고 받은 돈은 월 200만 원. 새로 도입할 무인 솔루션 이용료는 월 50만 원 정도다. A 씨는 “지금도 하루 3∼4시간짜리 알바 구인만 넘치는데 최저시급이 더 오르면 일자리가 더 줄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9620원)이 1만 원에 육박하면서 키오스크(무인단말기) 등 무인화 전환을 고민하는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을 피하려 근로시간을 짧게 나눠 여러 명을 고용하는 이른바 ‘쪼개기 계약’도 이뤄지고 있다. 시급은 올랐지만 사실상 고용의 질이 퇴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24시간 무인편의점은 2020년 52곳에서 현재 120곳으로 2년여 사이 2배로 증가했다. 밤에만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점포’도 이 기간 430여 곳에서 2630여 곳으로 6배 이상으로 늘었다. 셀프 주유소는 5월 말 기준 전체 4969곳으로 2020년(4174곳)보다 19% 증가했다.
취업준비생 한모 씨(27)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관뒀다. 하루 6시간씩 일하던 카페에서 근무시간을 절반으로 쪼개는 바람에 이전만큼 돈을 벌려면 ‘알바 두 탕’을 뛰어야 했다. 그는 “교통비와 이동시간도 2, 3배로 들여야 하는데, 취업준비까지 하려면 불가능하다”며 “예전처럼 한 곳에서 긴 시간 일하고 싶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는 2017년 월평균 96만 명에서 올해 들어 1∼5월 평균 153만 명으로 급증했다. 아르바이트생이 먼저 ‘주휴수당을 받지 않는 대신 근무시간을 늘려달라’고 역(逆)제안하는 경우까지 있다. 주휴수당으로 1.2배 받느니 근무시간을 2배로 늘려 곱절로 받는 게 낫다는 것이다.
임금 상승이 고용 감축으로, 다시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반복된다. 경기도의 한 자판기 운영업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직원 근로시간을 50% 이상 줄였다. 매출이 줄어 임금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대부분 50, 60대인 직원들은 한 달에 80만∼90만 원 정도 번다. 부족한 인원으로 자판기를 관리하다 보니 기기 관리, 상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수익은 더 악화됐다.
고용 경색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600곳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46.6%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고용을 감축하겠다고 답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응한 자영업자 500명 중 42.6%가 ‘현재도 고용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5% 이상 인상 시 고용을 포기하거나 해고를 고려하겠다는 비중도 11.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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