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5대은행 판매 58건 그쳐
“초기 금리 부담에 대출자들 외면, 은행 창구 상품가입 안내도 미흡”
당국-은행, 판매 기한 연장 합의… 초기 금리 부담 경감 방안도 마련
급격한 금리 변동을 막아주는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이 1년간 5대 은행에서 58건 판매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가 찾아왔지만 초기 금리가 높고 가입 안내가 미흡해 금융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초기 금리를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상품성을 강화해 판매를 계속하기로 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판매한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은 총 58건으로 집계됐다. 판매 금액은 103억500만 원이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0조 원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실적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금리상한형 상품을 단 한 건도 팔지 못한 은행도 있었다.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 상승 폭을 연간 0.75%포인트(5년간 2%포인트 이내)로 제한해 급격한 이자 부담 증가를 막아주는 상품이다. 기존, 신규 대출에 별도의 심사 없이 특약 형태로 추가할 수 있지만 일반 상품보다 금리가 연 0.15∼0.20%포인트 높다.
이처럼 초기 금리가 높은 탓에 대출자들이 금리상한형 상품을 많이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리상한형을 선택해 이득을 보려면 1년간 금리가 0.90∼0.95%포인트 이상 올라야 하는데, 대출자가 그만큼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은행에 별도 안내 절차가 없어 대출자가 상품을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가입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별도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 등으론 존재를 알 수 없고 창구에서 상품 안내를 받지 못한 경우도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설사 알고 있었더라도 당장의 금리 부담이 커 대출자 입장에서 섣불리 선택하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출시 당시 금융위원회는 금리상한형 상품의 판매 기한을 1년으로 정하고 이후 연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금리상한형 상품 판매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당국과 은행이 합의해 판매를 연장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 부진에 일부 은행들은 판매 연장을 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최근 고물가 등으로 국민들의 부담이 큰 데다 연말까지 금리 상승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판매 연장에 공감대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들은 금리상한형 대출의 초기 금리 부담을 낮춰주는 등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금리상한형 상품에 추가되는 가산금리 0.2%포인트를 1년간 은행이 부담하도록 해 대출자들의 금리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다른 은행들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상품성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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