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 채에 30억 원대를 오르내리는 서울 송파구 잠실 대표 아파트 단지의 엘리베이터에 붙었던 호소문이다. “이른 아침 휴대전화 알람 진동 소리가 수면에 방해가 된다는 민원이 제기됐으니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다.
신축 아파트도 예외가 아니다. 경기 동탄신도시에 사는 K 씨는 “위층의 안마기 소음 때문에 경비실에서 몇 번 찾아가 보기도 했는데, 안에 인기척이 있어도 나오지 않는다”며 “아예 대화를 해볼 기회조차 없어 이사 갈 계획으로 참고 산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전국 아파트, 연립주택에서 층간소음이 없는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마다 소음이나 진동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다 보니 소음을 발생시키는 집에서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해도 피해 당사자는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해결 방법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대구에서 중학생 아들 2명을 키우는 엄마 J 씨는 “윗집이 노력하는 것은 아는데 매일같이 아이들이 뛰는 소리, 떠드는 소리를 듣다 보니 애들 수업에도 지장이 가고 고통스럽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올 4월에 선출된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과거 주민들의 민원 내용을 검토해 보니 층간소음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관리규약을 개정해 층간소음 유발 가구에 대한 ‘층간소음 발생 벌과금’을 부과하려고 하는데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현행법상 강제성 있는 규약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동주택관리법 20조에는 ‘뛰거나 걷는 동작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음향기기를 사용하는 등의 활동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 층간소음(대각선에 위치한 가구 간의 소음 포함)으로 인하여 다른 입주자 등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말 그대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뿐이지 처벌 강제성은 없다. 경범죄의 ‘인근소란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층간소음 피해 사실 조사, 심의 조정 등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려 일반인은 절차를 밟기 쉽지 않다.
이처럼 아파트가 많은 한국에서 층간소음은 대다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시달리는 생활환경 문제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건축 설계·시공의 변화, 효율적인 분쟁 조정 장치, 개별 가구 차원의 노력 등 다양한 방안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주건일 서울YMCA 이웃분쟁조정센터장은 “구체적 해결 방안에 앞서 층간소음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음주운전, 학교 앞 교통단속처럼 사회 전체가 나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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