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세 위축… 개포 신축아파트 1억 넘게 하락
‘똘똘한 한 채’ 수요는 여전해… 일부 재건축 단지 최고가 기록
전문가 “당분간 혼조세 이어질듯”
초고가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면적 164.97m²는 지난달 6일 역대 최고가인 43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약 3주 뒤인 지난달 29일 42억5000만 원에 팔려 1억 원 떨어졌다. 강남구 개포동 신축 단지인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97m²는 지난달 28일 21억4000만 원(5층)에 거래되며 직전 신고가인 지난해 8월 거래(23억 원)보다 1억6000만 원 떨어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급매가 나와서 팔렸다”며 “매수 문의가 일부 주춤하며 하락 거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몰리며 상승세를 나타내던 서울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도 하락 거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출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매수 심리가 전체적으로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개발 기대감이 큰 재건축이나 신축 단지에서는 여전히 이전 최고가를 넘어선 거래도 나오고 있다. 거래절벽 속에서 하락 거래와 최고가 거래가 뒤섞이며 한두 채 거래된 사례가 전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곳곳에서 직전 최고가 대비 하락한 거래가 나오고 있다. 대선 이후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모은 단지들도 최근 다소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1, 2차 전용 128m²는 지난달 14일 38억300만 원에 팔린 것. 지난해 11월 41억4000만 원에 거래된 이후 5월 38억3500만 원, 4월 39억 원 등 최고가 대비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일부 절세 매물 등이 호가를 낮춰 나오며 가격이 하락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이어서 거래도 잘 안되고 매물도 대선 이후 조금씩 쌓이고 있다”고 했다.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매수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4일까지 17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61.9%(1069명)는 ‘하반기(7∼12월)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가 63.9%로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매수 심리 위축세가 커지며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집값 하락 압력도 커질 수 있다고 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 누적과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매수세가 위축됐다”며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가 겹치면 집값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있고 거래절벽도 심해 관망세와 혼조세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서울 강남구 압구정 한양1차 전용 63m²는 이달 2일 역대 최고가인 30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매물이 거의 없다”며 “곧 실거래 신고할 거래는 최고 가격과 같은 수준으로 거래됐다”고 했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상당수 인기 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수십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매입할 수가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일부 거래만으로 대세 하락을 예단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당분간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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