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의 공포가 계속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시장이 또다시 흔들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붕괴에서 촉발된 글로벌 복합 위기가 연일 국내외 경제에 ‘원투 펀치’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은의 급격한 긴축은 자칫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기고 있다.
● 경기침체 우려에 외국인 자금도 유출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올해 처음으로 1310원대를 돌파하며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시장에 극심한 공포감이 팽배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날 환율 급등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기록적으로 치솟은 데서 비롯됐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전례 없는 속도로 인상하는 가운데, 경제 기초체력이 취약한 세계 각국에서는 경기 둔화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은 유럽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러시아가 최근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의 공급을 일시 중단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영되면서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유로당 1.0026달러까지 떨어지며 200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유로를 1달러로 교환할 수 있는 ‘패러티(parity·등가) 환율’이 20년 만에 눈앞에 온 것이다. 엔화 가치 역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장중 137엔까지 오르며 올 들어 20% 가량 상승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달러화가 빠져나가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6월 중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자금은 30억10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외국인 자금의 탈출 행렬은 올 2월부터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가 경제 위험도를 나타내는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지난달 월평균 0.48%포인트로 2018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CDS는 채권 발행 국가가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으로 프리미엄이 오르면 그만큼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 이 와중에…한은 ‘빅스텝’ 유력
경기침체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한은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시장은 한은이 물가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 사상 초유의 ‘빅 스텝’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올 4월과 5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린 바 있다. 만일 이날 회의에서도 금리 인상이 결정되면 역대 첫 ‘3회 연속 인상’이 된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적극 고려하는 것은 그만큼 최근 물가 급등세가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한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취약계층의 신용위험을 높이고 민간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둔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지금 물가를 잡지 못하면 더 큰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며 “취약차주와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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