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5%P 인상 후폭풍
서울 아파트 거래 작년 30% 수준… 상반기에 2006년 이래 최저 기록
집값도 6주 연속 하락세 이어가… 매수 심리 위축에 관망세 심화
지방은 매물 쌓이며 침체 지속…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뛰며
한국은행이 13일 사상 첫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매 시장은 매수 심리 위축으로 ‘거래 절벽’이 심화되면서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 시장도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승으로 전세보다 월세가 차라리 낫다는 세입자가 늘면서 월세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730건(잠정치)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2만5829건)의 30% 수준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올해 1∼5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신고 일자 기준)도 15만5987건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매수 심리가 위축되며 집값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보다 0.03% 내리며 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강남구 아파트 가격이 0.01% 떨어지며 올해 3월 7일(―0.01%) 조사 이후 4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현장 공인 중개업소 사이에서는 이번 빅 스텝으로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란 목소리가 크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3830채 규모 SK북한산시티는 올 초부터 이날까지 거래가 26건뿐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모든 면적의 매매가가 6억∼11억 원 사이에 형성돼 신혼부부나 2030세대가 많이 찾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최근에는 매수 문의가 거의 끊겼다”며 “금리가 또 오르면 매수자가 더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정부가 대구 등 지방을 중심으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해제했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고 매물이 쌓이고 있다. 수성구를 제외한 전 지역의 규제가 해제된 대구의 아파트 매물은 이날 현재 3만3849채로 규제지역 해제를 발표한 지난달 30일(3만2247채) 대비 4.9% 늘었다. 대구 달성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규제지역이 해제되고 일부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있었지만 실제 계약이 성사된 경우는 한 건도 없다”며 “금리 인상으로 시장 분위기는 최악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전월세 시장은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타는 세입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기준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전월세전환율은 전국 5.7%, 서울 4.8%였다. 최고 연 5% 후반까지 오른 전세자금대출 최고 금리와 비슷하거나 낮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경우 전세 대출을 받아 은행에 이자를 내기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 부동산팀장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 대출 이자가 월 임대료보다 커지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전세의 월세화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거래절벽 속에서 약세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향후 연 5∼8%의 가계대출 금리를 지불하는 차주 비중(현재 6.9%)이 전체의 50%를 넘게 되면 가계가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당분간 깊은 관망세 속에서 거래, 가격, 분양 경쟁률 등 모든 지표가 위축되거나 둔화될 것”이라고 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거래 침체가 계속되고 현재와 같은 약보합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거래가 극도로 적은 상황이어서 가격이 급락하는 식으로 변동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