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한모 씨(41)는 지난달 스마트폰에 대출 비교 애플리케이션(앱)만 5개를 깔았다. 신용대출을 받으려고 주거래 은행을 찾았다가 2년 전 연 2%대였던 신용대출 금리가 연 4.7%까지 뛴 걸 보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씨는 대출 비교 앱에서 주거래 은행보다 금리가 0.4%포인트 낮은 지방은행을 찾았고 5000만 원을 빌렸다.
한국은행이 13일 사상 첫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서는 등 최근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 비교 플랫폼을 찾아 이자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짠테크(짠돌이+재테크)족’이 늘고 있다.
○ “이자 아끼자” 대출 비교 이용액 91% 급증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의 ‘대출 비교’ 서비스를 통해 나간 대출은 1조216억 원으로 집계됐다. 1월의 5300억 원에 비해 2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1∼6월) 월평균 대출 실행액은 832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1% 늘었다.
현재 토스처럼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여러 금융사의 대출 상품을 한데 모아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는 14곳에 이른다. 이들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조건에 맞춘 대출 금리와 한도 등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해 은행에서 나간 대출만 3조1000억 원에 이른다. 올 들어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대출 비교 플랫폼을 찾는 소비자는 더 늘고 있다. 대출 비교 플랫폼 ‘핀크’에서 올 상반기 승인받은 대출은 1년 전보다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핀다’의 대출 승인액도 6개월 새 2배로 증가했다.
대출 비교 플랫폼 ‘담비’를 운영하는 주은영 베스트핀 대표는 “기준금리 2% 시대가 열리면서 대출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며 “다양한 대출 상품을 꼼꼼히 비교해보고 가장 유리한 상품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려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 정치권 “원스톱 대출이동제 도입해야”
한은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 0.5%에서 이달 13일 빅 스텝으로 2.25%까지 인상되면서 이 기간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은 약 23조8200억 원, 대출자 1인당 이자 부담은 112만 원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가계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금융권에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구축’, ‘원스톱 대출 이동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5일 “대환대출 플랫폼이 지난해 추진됐으나 금융권 상황으로 중단됐다”며 “지금 같은 금리 상승기에 무엇보다 필요한 사업인 만큼 신속하게 시스템 구축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 제2금융권, 빅테크 등이 모두 참여하는 통합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을 추진했지만 은행권의 반발로 중단된 바 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6일 원스톱 대출이동제 도입 간담회를 열고 “대환대출 인프라에 대출 비교 플랫폼을 연계하면 대출 비교와 이동이 한번에 가능해진다”며 “금리 경쟁 환경을 조성해 대출 금리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조만간 이 같은 대출 플랫폼 구축을 위한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 정치권의 요구가 나온 만큼 금융권 전반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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