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하반기 전략 재검토… “고금리-고환율에 투자 조정 불가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5일 03시 00분


[기업들 복합위기]
전세계 금리인상 금융부담 급증, 고물가로 임금상승 인건비도 부담
최태원 “세웠던 계획 바뀔 가능성”… LG엔솔은 美투자 시점 재검토
100대 기업 투자 증가율 3년째↓… 재계 “규제 개선-법인세 인하 등
기업 활력 높여줄 정책 마련돼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13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위기는 언젠가는 다가왔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세계는 한 번도 긴축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며 “금융권 등 많은
 곳에서 내년까지도 경기 침체 국면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13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위기는 언젠가는 다가왔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세계는 한 번도 긴축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며 “금융권 등 많은 곳에서 내년까지도 경기 침체 국면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지난해 세웠던 투자 계획들은 어느 정도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13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개막한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SK그룹의 투자 계획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의 고환율과 고금리, 원자재가 급등 등으로 주요 기업들이 하반기(7∼12월) 경영 전략 재검토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SK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원자재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원래 투자 계획했던 것과는 잘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일부 계획에 대한) 조정 결정이,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급브레이크’ 걸리는 기업 투자
5월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10대 그룹은 총 1060조 원에 달하는 국내외 투자계획과 그에 따른 고용 목표치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잇달아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지난달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데 이어 한국은행도 최근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기업들의 금융부담도 급격히 커진 것이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과 원자재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한국기업들은 삼중고, 사중고까지 겪고 있다. 투자비용이 치솟자 국내 1위 전기차 배터리업체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 1조7000억 원을 들여 짓기로 한 배터리 공장의 착공 시기나 시설 규모 등을 재검토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5대 그룹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예상했던 환율이나 금리 수준을 넘어가니 가만히 앉은 상태로 당초 투자규모보다 10%를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경제상황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의 물가 및 임금 상승 여파도 변수가 되고 있다. 최 회장도 “물가가 올라가니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지는 게 장기적으로 가장 어려운 과제”라면서 “기업, 특히 인건비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에는 어려움이 배가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14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열린 롯데그룹 사장단회의도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전통적으로 내수 사업 비중이 큰 롯데로서는 복합위기에 따른 소비 위축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어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 들어 금리인상, 스태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단기 실적에 안주한다면 더 큰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 “투자 빙하기 풀어낼 지원책 필요”

본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의뢰해 국내 100대 기업(지난해 연간 매출액 기준, 공기업·금융사 제외)의 투자규모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투자액은 22조4540억 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인 2020년 1분기 19조1660억 원보다 3조2880억 원(17.2%) 늘어났다.

그러나 가장 덩치가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투자액은 2020년 1분기 10조4660억 원에서 올 1분기 10조1650억 원으로 3010억 원(2.9%) 감소했다. ‘반도체 착시효과’를 빼면 이미 1분기부터 대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분기보다는 투자액이 다소 늘었지만 당시엔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경기가 얼어붙었던 때라 비교 대상으로 삼기는 어렵다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하더라도 100대 기업의 투자액은 전년 대비 증가율이 2020년 1분기 21.5%, 지난해 1분기 9.7%, 올 1분기 6.8%로 갈수록 둔화하고 있다.

재계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 개선, 법인세 인하 등 투자 여건 개선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전경련 이상호 경제정책팀장은 “기업들은 투자여건 개선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기업 활력을 높일 일련의 정책들이 마련돼야 투자 여력도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하반기 전략#재검토#기업 투자#투자 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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