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대규모 암 진단 연구 진행… 혈액만으로 암 구별 가능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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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美 국립암연구소서 최소 2만4000명의 혈액 샘플로
암 진단하는 시범 연구 승인
혈액으로 암 진단 가능하지만 위양성 결과 많아 정확도 떨어져
정확하고 효율적인 연구 결과 위해 일관된 진단 결과 내는 기업 선별

한 연구원이 혈액 샘플을 들여다보고 있다. 미국은 혈액 샘플을 통한 암 조기진단 기술의 검증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역대급 규모의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위키미디어
한 연구원이 혈액 샘플을 들여다보고 있다. 미국은 혈액 샘플을 통한 암 조기진단 기술의 검증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역대급 규모의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위키미디어
혈액 샘플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검증하고 이런 진단 기술이 사망률까지 줄일 수 있을지 분석하기 위한 사상 최대 규모 연구가 미국에서 시작됐다. 여러 종류의 암 환자를 간편하게 선별하는 혈액 분자 진단 기술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여 고령화 시대 질병 치료에 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최근 “조 바이든 정부가 지난달 말 혈액 샘플로 다양한 암을 진단하는 분자 진단 기술 검증을 위한 대규모 연구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암 연구와 진일보한 치료법을 신속하게 찾기 위해 바이든 정부가 제시한 도전적인 프로젝트인 ‘캔서 문샷’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6월 중순 NCI 고문들이 최소 2만4000명을 대상으로 4년간 진행하는 ‘시범(파일럿) 연구’를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파일럿 연구에만 7500만 달러(약 980억 원)가 투입된다.

파일럿 연구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경우 45∼70세 성인 최대 3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역대급 규모의 장기 임상시험이 진행될 계획이다. 장기 임상시험이 7∼8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파일럿 연구 기간까지 포함하면 10년을 훌쩍 넘는 역대급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만족스럽지 못한 혈액 활용한 암 진단 기술
혈액 샘플을 통한 암 진단 검사는 흔히 ‘암(종양) 표지자 검사’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 몸에 암세포가 생길 때 이에 반응하는 특이적인 물질이 혈액 속에 섞일 수 있다. 분자 진단 기술을 활용해 혈액 속에 섞인 이 물질을 표지자로 확인해 암 발병 유무를 판단하는 기술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양한 기업들이 암 표지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생명공학기업 ‘그래일(GRAIL)’과 대장암 관련 분자진단 기업 ‘이그잭트사이언스(EXACT Sciences)’ 등이 대표적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이 기업들은 자사의 기술을 활용해 암 발병 초기에 진단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래일의 경우 이미 미국 내에서 50세 이상 암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위한 암 조기진단 서비스를 949달러(약 123만 원)에 제공하고 있다. 또 영국에서 14만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혈액을 통한 암 진단 서비스의 정확도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다. 암인데도 암을 진단하지 못하거나 암이 아닌데도 암으로 진단하는 ‘위양성’ 결과가 나와 불필요한 치료 절차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암 종류나 암 진행 정도 등에 따라 표지자가 다르고 검사 때마다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NCI는 “특히 췌장암이나 난소암 등 치명적인 암에 대한 선별 검사 기술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 기술 옥석 가려 역대급 규모 연구 진행
파일럿 연구를 위한 첫 단계로 NCI는 이미 암에 걸린 환자들과 암에 걸리지 않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혈액 샘플을 활용해 암 진단 기술을 검증할 계획이다. 2024년까지 진단 기술 검증을 위한 임상이 진행된다. 그런 뒤 유방 X선 촬영과 같은 표준 암 검진과 혈액 샘플을 통한 암 진단 검사를 받는 그룹과 일반적인 건강검진만 받는 대조군 그룹으로 나눠 후속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파일럿 연구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경우 후속 연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연구를 위해 활용되는 진단 기술도 옥석을 가릴 방침이다. 미국 내에서 혈액 샘플을 통한 암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약 20개다. 이 중 2∼3개 기업의 기술로 압축해 연구를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연구에 참여할 자격 조건을 갖추려면 동료 과학자들의 검토를 거친 연구 데이터를 보유하고 일관된 진단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혈액 샘플#암 진단#대규모 암 진단 연구#파일럿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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