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지원자 ‘김동아’라고 합니다. 저는 어…, 다양한 대외활동과 인턴경험을 통해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았습니다. (중략) 제가 기획한 영상이 아버지께서 일하시는 동아일보 앞 전광판에 나가는 영광도 맛본 적이 있습니다.”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무하유 사무실. 미리 세팅된 인공지능(AI) 면접평가 프로그램 ‘몬스터’에 접속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프로그램 안내에 따라 마이크와 카메라 상태를 체크하자 ‘자기소개를 해주세요’라는 문항이 나왔다. 기자는 주어진 준비시간 30초 동안 생각을 가다듬은 뒤 가상인물 ‘김동아’로 소개를 시작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질문에 대한 답을 말해야 하는 방식은 취업준비생들이 치르는 공인 영어 말하기 시험과 비슷했다. 다만 AI 면접평가는 카메라가 계속해서 지원자의 모습을 녹화했다. 무하유 관계자는 “지원자의 눈동자 움직임이 일관되지 않거나 무언가를 읽듯 움직이면 AI가 ‘부정행위 의심’으로 분류해 결과서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인재 채용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복잡한 채용 절차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내놓는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일일이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심사하고 면접을 진행했다면, 이 같은 과정을 AI나 채용관리 솔루션, 플랫폼 등이 대신하도록 하는 것이다.
●AI가 면접 답변내용 분석, 블라인드 규정 위반 판단도
자연어를 이해하는 실용 AI 기술 스타트업 ‘무하유’는 올해 4월 AI 면접평가 서비스 ‘몬스터’를 출시했다. 몬스터는 94%의 정확도로 면접 영상과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실시간으로 답변 내용을 분석해 꼬리 물기 질문도 한다. 상당수 AI 면접이 면접 때의 시선처리와 발성 등 감성적 행동평가에 치우쳐 있다면 몬스터는 실제 면접 내용까지 평가하는 것이다.
기자가 AI 면접을 마친 뒤 받은 결과서에는 △블라인드 위반 답변 개수와 유형 △주요 답변 구절 및 답변 내용 평가 △빈출 표현 및 단어 △버벅임 횟수 △시선 이탈 횟수 등 상세한 평가 결과가 적혀있었다.
기자의 면접 답변 내용 중 ‘김동아’와 ‘아버지께서 일하시는 동아일보’라는 표현은 각각 지원자명과 가족직업을 밝혀 블라인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표기됐다. 텍스트로 변환된 답변 내용에는 블라인드 위반 표현들이 모두 빈 동그라미(○)로 가려져있었다. 자기소개를 포함해 총 3개 면접 문항에 대한 답변 내용 종합 평가는 ‘B’가 나왔다. 빈출 표현으로는 ‘어’ ‘그’ 등이 꼽혔다.
무하유 관계자는 “지원자가 입사 지원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서 AI가 성과, 리더십 등 지원자의 역량을 나타내는 구절을 추출해 질문을 생성한다”며 “이미 50만 개 이상의 면접 질문으로 사전 학습됐기 때문에 실제 인사담당자가 할 법한 질문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 담당자 업무 효율 높이는 채용 관리 플랫폼 인기
채용 관리 솔루션 스타트업 ‘두들린’이 내놓은 플랫폼 ‘그리팅’은 쏘카, 패스트파이브 등 대형 스타트업부터 넥슨, 한화생명 등 대기업까지 1700여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소규모 스타트업의 채용관리 플랫폼을 주목한 건 인사 담당자의 수고를 덜어 업무 효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다수의 채용 플랫폼이나 이메일로 받은 이력서를 일일이 모아 정리하고 평가해야 했다면 그리팅은 다양한 경로로 접수받은 이력서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지원자별 평가와 데이터 관리, 면접 일정 조율, 합격 통보 등 통합적인 관리도 가능하다. 또 그리팅을 통해 회사가 채용 사이트를 제작할 수도 있어 직접 사이트를 만들거나 외주사를 통해 제작하고 관리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킨다.
이태규 두들린 대표는 “2년여 전부터 수시 채용이 활발히 일어나면서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업무 방식에 변화도 필요했는데, 이를 충족시키는 서비스가 없어 ‘그리팅’을 만들었다”며 “사용 기업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 인재 구인난, 해외 인재 연결로 해소 모색
국내 상당수 기업이 개발자를 포함해 인재 구인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는 데 주력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지난해 런던정치경제대학 대학원 출신들이 공동창업한 ‘슈퍼코더’는 국내 기업과 베트남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숙련된 개발자를 연결해준다. 기업이 슈퍼코더에 원하는 역량을 갖춘 개발자 채용을 의뢰하면 해외 개발자는 코딩 테스트와 기술면접 등의 절차를 거쳐 자신의 업무능력을 증명한다. 슈퍼코더는 이런 평가내용을 정리해 기업에 전달한다. 이후 기업과 해외 개발자, 슈퍼코더의 기술 전문가가 참여해 원격 인터뷰를 진행해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윤창민 슈퍼코더 대표는 “채용된 개발자는 현지에서 원격으로 일을 하는데, 슈퍼코더는 해외 원격 근무를 위한 시스템도 지원한다”며 “고객사는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실력자를 충원하고, 지원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모국에서보다 더 높은 임금을 보장받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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