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리상승 영향 분석
생계비 빼면 채무불이행 위기
정부, 취약계층 보호대책 주력
김주현 “빚투족 지원책은 아니다”
가계대출 금리가 현재보다 3%포인트 더 오르면 190만 명이 빚 갚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은 대출 원리금을 갚으면 최저 생계비도 감당하기 힘든 취약차주로 분류된다. 금융당국은 금융 취약계층의 부실을 막기 위해 14일 발표한 민생안정 대책 실행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금리 상승이 가계대출 차주의 상환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3월 말 현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1616조2000억 원)의 평균 금리는 3.96%로 집계됐다.
이 금리가 3%포인트 상승하면 대출자 1646만 명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를 넘는 사람이 19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존 140만 명에서 50만 명이 늘어난 규모이며, 이들의 부채도 357조5000억 원에서 480조4000억 원으로 증가한다. DSR는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통상 DSR 70%를 초과하면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제외하면 대출 원리금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차주로 분류된다.
또 동일한 금리 상승 상황에서 소득에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만 제외해도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DSR 90% 초과’ 차주는 120만 명으로 기존보다 30만 명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DSR 90% 초과 차주의 비중은 제2금융권에서 10.3%(76만 명), 자영업자는 13%(28만 명)로 각각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다중채무자 중 DSR 90% 초과 차주는 12%(45만6000명)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기에 부실 위험이 커진 저소득·저신용자, 다중채무자,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을 보호할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앞서 14일 ‘125조 원+알파(α)’를 투입하는 금융부문 민생안정 대책도 내놨다. 폐업, 부도 등으로 빚 갚을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대출 원금을 최대 90% 감면해주고 저신용 청년들의 대출 이자를 최대 50% 감면해주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 같은 빚 탕감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8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지원 대책은 정상적으로 채무를 이행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라며 “가상자산 투자 실패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위도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채무조정은 빚투족, 영끌족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정부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정부가 위기 때마다 정상적인 채무 상환이 어려운 이들의 재기를 지원해 왔다”며 “이들의 재기를 지원하지 않아 파산자로 몬다면 그건 우리 경제의 엄청난 비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기에 차주의 급격한 DSR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대책을 우선 시행하고 또 경제 여건이 바뀌는 상황을 보면서 계속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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