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신용 활용 나선 보험업계
BNP ‘신용생명지수 특약’ 첫 개발…점수 따라 보험료 2~10% 깎아줘
사망 등으로 빚 못갚는 고객 대신해…대출 대신 갚아주는 상품도 잇달아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아 대출자들의 신용도 관리가 중요해진 가운데 개인의 신용지수에 따라 보험료를 최대 10% 깎아주는 보험 상품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또 사망, 사고 등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고객을 대신해 보험사가 대출금을 상환해 주는 신용보험을 내놓는 보험사도 늘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시대를 맞이해 보험업계가 ‘신용’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 개발에 나선 모습이다.
○ 신용지수 높으면 보험료 10% 할인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지난달 개인의 신용데이터를 활용해 보험료 할인 혜택을 주는 ‘신용생명지수 할인 특약’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3개월간 상품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배타적 사용권’도 얻었다. 이 특약은 나이스평가정보에 등록된 대출액, 상환 빈도, 연체 기록 등 12가지 신용정보를 수집해 보험 계약자의 ‘신용생명지수’를 산출하고 점수(1∼100점)에 따라 보험료를 2∼10%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보험 가입자가 신용생명지수가 가장 높은 1구간(91∼100점)으로 평가되면 보험료를 10% 할인받을 수 있다. 또 51∼90점까지 구간별로 보험료가 2∼8% 할인된다. BNP생명은 매년 지수를 재산출해 계약자 점수가 올라가면 할인율을 높일 방침이다. 점수가 떨어지더라도 기존 할인율을 그대로 적용할 예정이다.
BNP생명 관계자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용생명지수가 높을수록 사망률이 개선되는 것이 확인돼 상품을 설계했다”며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들에게 적극적인 신용 관리를 유도해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BNP생명은 하반기(7∼12월) 새로 출시할 신용보험 상품에 이 특약을 우선 도입하고 추후 다른 보험 상품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금리 상승기 신용보험 상품도 잇달아
신용보험 시장에 뛰어드는 보험사도 늘고 있다. 신용보험은 보험 계약자가 사망, 상해, 실업 등으로 채무를 갚을 수 없을 때 보험사가 약정한 대출금을 대신 상환해 주는 상품이다.
2016년 신용보험을 출시했다가 판매가 저조해 1년 반 만에 중단했던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달 다시 상품을 내놨다. 최근 신한금융그룹의 계열사로 새롭게 출범한 신한EZ손해보험은 계약자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자동차 할부금을 대신 갚아주는 ‘행복두배대출상환보험’을 선보였다. KB생명도 이르면 이달 내에 신용생명보험을 내놓을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금리 인상 등으로 빚 상환 부담이 늘면서 신용보험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출 비교 핀테크 ‘핀다’가 BNP생명과 제휴해 제공하는 단체 신용보험(대출상속 안전장치)은 17일 현재 누적 가입자가 3만4000여 명에 이른다. 6개월 만에 1만4000명이 늘었다. BNP생명의 올 1분기(1∼3월) 신용보험 계약 건수도 이미 지난해 연간 계약 건수(2만2987건)의 40%를 넘겼다.
다만 해외와 비교할 때 국내 신용보험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해외에선 대출과 연계해 방카쉬랑스 형태로 신용보험을 많이 판매하지만 국내는 은행 대출과 보험 창구가 분리돼 있어 안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소영 성균관대 무역연구소 연구원은 “신용보험으로 가계부채 리스크를 관리하고 대출 미상환과 빚의 대물림을 예방할 수 있다”며 “규제 개선을 통해 신용보험이 건전하게 발전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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