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먹구름]2027년까지 대학-직업계고 증원
사실상 수도권大 정원 규제 ‘숨통’
교원 수급-재정 지원 대책 못내놔
지방-재정 열악 대학 반발 예상
정부가 반도체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과 직업계고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2027년까지 5700명가량 늘리기로 했다. 2031년까지 15만 명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키우는 게 목표다. 하지만 교원 수급 방안과 구체적인 재정 지원책은 내놓지 못해 ‘반쪽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첨단산업 인재 양성에 소극적이라며 교육부를 질타한 지 42일 만이다.
반도체 전문 인력 15만 명 중 반도체 관련 학과에서 배출하는 인력은 향후 10년간 4만5000명이다. 해당 학과 정원은 2027년까지 5702명 증가한다. 석·박사 1102명, 4년제 대학 2000명, 전문대 1000명, 직업계고 1600명이다. 이를 위해 규제도 완화한다. 대학 운영 4대 요건 중 교원확보율 기준만 충족하면 반도체 학과를 신설하거나 다른 학과의 정원을 줄여 첨단 학과 정원을 늘릴 수 있다.
이는 사실상 수도권 정원 규제에 숨통을 틔워주는 방안이어서 지방대의 반발도 예상된다. 앞서 교육부 수요 조사에서 수도권의 14개 대학은 정원 1266명, 지방의 13개 대학은 611명 증원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수도권 정원이 지방대보다 2배가량 늘어난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수도권 정원 확대 규모를 1000명 안팎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 주요 사립대마다 100∼150명가량 정원 확대를 희망하고 있어 학교 간 조율이 필요하다.
당초 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해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 규제를 푸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대학들의 구조조정으로 아직 정원에 8000명가량 여유분이 있어 이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수도권의 정원 증원 규모가 향후 8000명이 넘더라도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통해 일부 조정이 가능하다”며 “법 개정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반도체를 가르칠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에 현장 전문가를 겸임 및 초빙교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도체특성화 대학에는 우수 교원의 보수 상한도 없애 민간 전문가 채용이 용이하도록 했다.
하지만 재정이 열악한 대학들은 민간 분야와의 인력 확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산업 전문가를 급히 데려온다고 해서 교육의 질까지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재료공학부)는 “학교에 반도체 분야에 진출할 학생과 교수가 없는 게 아니라 투자가 부족해 다른 분야로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연구비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