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부동산 PF 대출 중 1조3000억, 문제 있는데도 ‘정상’ 처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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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PF 대출 사업장 1174곳 점검

서울에서 1000억 원대 규모의 오피스텔을 짓는 프로젝트에 돈을 대준 A증권사는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공사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사업에서 빠져버린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원자재 값이 너무 오른 데다 부동산 경기도 나빠져 시공사를 새로 구하는 게 쉽지 않다”며 “비슷한 문제로 프로젝트가 엎어져 대출 부실이 우려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고 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늘려온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 금융사의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저축은행 PF 대출 중 공정이나 분양률이 저조한데도 ‘정상’으로 분류된 대출이 1조3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저축은행 PF 대출 사업장 1174곳을 점검한 결과 공정과 분양률 등이 저조한 ‘요주의 사업장’에 대한 대출이 2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이 중 1조3000억 원(57.8%)을 건전성 ‘정상’으로 분류해 뒀다.

PF 사업장의 공사 지연이나 중단 우려가 커지는데도 저축은행이 정상으로 평가한 대출이어서 사실상 ‘숨은 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도 저축은행들이 자의적으로 사업성 평가를 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평가 기준을 객관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PF 대출은 담보 대신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장래 가능성 등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저축은행의 PF 대출 규모는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입어 2019년 말 6조3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9조5000억 원, 올해 3월 말 10조4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는 데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까지 맞물려 PF 대출이 금융사들의 부실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방 건설 현장에 80억 원의 PF 대출을 내준 B저축은행은 완공 후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대출을 제때 회수하지 못해 채권을 할인해 매각했다.

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PF 대출을 급격히 늘려온 증권사들의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이 5월 발표한 자본시장 위험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부동산 채무보증 규모는 2018년 22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28조7000억 원으로 늘었다. 증권사 채무보증 중에는 부동산 PF 비중이 상당히 높다.

금감원은 저축은행과 증권사뿐만 아니라 카드·캐피털,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전체 부동산 PF 대출에 대해 사업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 급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더 위축되면 PF 대출 등 부동산 자산이 부실화돼 금융사의 건전성과 유동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사업성 평가를 바탕으로 충분한 충당금을 쌓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취임 이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수차례 PF 대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건전성 관리를 강조했다.

#금감원#pf 사업장#저축은행#부동산 pf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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