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향후 20년간 미국 현지 반도체 공장에 총 1921억 달러(약 252조 원)를 투자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미국 주정부에 제출했다.
2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에 9곳, 오스틴에 2곳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계획을 주정부 감사관실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두 지역의 신(新)공장 건설에 책정된 투자금액만 각각 1676억 달러, 245억 달러에 이른다. 텍사스주 감사관실은 전날 이 투자 계획서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 2곳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신청서에 담긴 투자 계획이 모두 현실화하면 삼성전자는 미국에만 14개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갖게 된다. 삼성전자는 2034년경을 시작으로 10년간 순차적으로 11개의 신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1만 개가 추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미 반도체 동맹’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앞서 5월 말 텍사스주에 ‘챕터 313 인센티브’를 신청했다. 텍사스주의 재산세 감면 정책인 챕터 313은 텍사스주에 설비 투자를 한 기업에 최대 10년간 재산 증가분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고 자금도 지원한다. 이 제도는 올해 말 만료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장기 투자 계획서 제출은 제도가 사라지기 전 인센티브 혜택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투자를 발표한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과 관련해서도 챕터 313 인센티브를 적용받은 바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삼성의 투자는 텍사스주의 미국 반도체 산업 리더 지위를 공고하게 할 것이다. 투자를 늘린 삼성에 감사하다”는 환영 성명을 냈다. 삼성전자 외에도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네덜란드 NXP 등 다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역시 투자 계획서를 냈다고 주 감사관실은 밝혔다.
WSJ는 이번 투자 계획서 공개가 19일 상원 표결을 1차 통과한 미국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WSJ는 “최근 수십 년간 세계의 반도체 생산은 아시아 지역으로 몰려갔었다”고 덧붙였다. 미 반도체 지원법은 반도체 산업 자국 유치에 총 520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반도체 기업에 대한 25% 세금 공제와 인프라 지원 등도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주요 공급망을 자국 내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다만 “미확정 장기 투자 계획”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반도체 시황이나 글로벌 경기 움직임에 따라 중장기 계획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인센티브 사전 확보 차원에서 신청한 것으로 투자 계획서가 실제 이행을 담보하지 않는다”며 “향후 투자는 고객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진행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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