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일궈낸 부(富)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자신만의 것은 아니라는 인식. 거액의 기부 결심 뒤에는 그런 것들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기부의 방향성에서는 결국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담기는 것 같아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익명 도서관 건립과 기부, 고(故) 김정주 NXC 이사의 어린이 병원 건립이 대표적이죠.
저는 우스개처럼 ‘졸부’라고도 하는데 ‘당대부자’라는 말이 좋네요. 이 정보기술(IT) 당대부자들은 86학번 전후의 세대인데 기업가로 성공을 하면 사회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의식을 대학에서 어느 정도 배웠어요. 지금은 각자의 사업에 바쁜 경우가 많지만 시간이 흐르고 은퇴할 때가 가까워지면 더 많고 다양한 방식의 기부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10조 원에 이르는 자신의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대형 기부 프로젝트를 위해 김 전 의장은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을 설립했다.
최근 IT 업계에서는 김 전 의장이 이 재단의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55)가 무보수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김 대표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발달장애인 고용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중증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네이버를 공동 창업했지만 일찌감치 IT 업계를 떠나 사회적 기업 활동에 나섰던 그는 IT 업계의 ‘기부멘토’로도 불린다. 김범수 전 의장보다 앞서서 재산 절반 기부를 약속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도 기부 계획을 짜기 위해 김 대표를 찾아온 적이 있다. 최근 만난 김 대표에게 한국 IT 거부들의 기부가 가진 의미와 그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물려받지 않은 부… 김범수 전 의장은 ‘내 돈 아닌 것 같다’고도 얘기”
그는 이제 한국의 ‘부자지도’에서 최상단에 오른 IT 업계 창업자들에 대해 비교적 가감 없이 얘기를 했다. IT와 게임의 미래를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창업 시절에 불모지를 함께 개척하면서 일했던 동료들이 이제는 한국 IT 산업을 이끄는 유력인사가 됐다. 개인적인 일까지 다 얘기해 줄 수는 없어도 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힐 수 있다면 최대한 ‘오픈’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김범수 전 의장과 ‘배달의 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의장이 ‘더 기빙 플레지’에 이름을 올렸다. 1조 원 이상을 가진 부자가 절반 이상의 재산을 기부하기로 해야 가입할 수 있는 세계적인 기부자 모임이다. 유독 IT 창업자들 사이에서 거액의 개인 재산 기부 결심이 많은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온전히 자신이 이룬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기업과 달리 자신이 직접 창업해서 일군 기업이고 ‘2세’, ‘3세’가 아니잖아요. 물려받은 재산으로는 자신이 기분을 내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고 가족들 눈치도 봐야하는데 이분들은 이 점에서 자유롭죠. ‘내가 이룬 것’이니까 주변 가족들의 눈치도 조금은 덜 봐도 될 테고. 김범수 전 의장은 자녀들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잖아요. 기업을 물려주려면 당장 지분 문제에 증여세·상속세 같은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러지 않기로 하면 별로 신경 쓸 것이 없죠.”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김범수 전 의장도 김봉진 의장도 모두 자신이 창업한 IT 기업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불어나면서 불과 수년 만에 거부(巨富)가 된 이들이다. 김 대표는 결국 이들에게는 너무 짧은 시간 동안 천문학적인 규모로 커진 ‘부’가 결국 자신만의 것일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한 5년쯤 전부터인 것 같아요. 종종 만나면 김 전 의장이 ‘이제 이 돈은 내 돈이 아닌 것 같아’라는 얘기를 자주 하더라고요. 주식 가치가 상상 이상으로 너무 크게 오르니까… 기업을 일궈냈지만 당대에 그렇게까지 부자가 되는 일 자체가 본인에게도 많은 고민을 안기지 않았나 싶어요. 올해 초에 카카오 주가가 많이 떨어지길래 괜찮냐고 했더니 ‘그래도 여전히 국내 최고 부자니까 기부 계획에는 문제 없습니다’라고 얘기하더군요.”
● “기부 조언 들으려 찾아온 김봉진 의장, 별도 재단 대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선택”
기부를 결심하고 나면 남는 것은 ‘어떻게 쓸 것인가’하는 문제다. 김 대표는 IT 창업자들의 기부에는 결국 각자의 생각과 가치관, 스타일이 반영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봉진 의장의 경우 2018년과 지난해 두 차례 김 대표를 따로 만나서 기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 대표는 김 의장에게 자신이 경험해 온 기부에 대한 얘기를 쭉 들려줬다고 했다.
“제가 27년 동안 130억 원 정도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기부해 왔는데 그동안의 소회를 쭉 얘기해 드렸어요. 기부 방법으로는 50가지 정도가 되는 것 같은데 이건 보람이 있었다, 이건 괜찮았는데 앞으로는 우리 사회에 큰 필요가 없겠다, 이런 얘기들을 그냥 쭉 해드렸어요.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는 결국 그걸 들은 분의 몫이죠.”
2017년 100억 원의 기부 약속으로 기부 활동을 본격화한 김봉진 의장은 따로 재단을 설립하는 대신 사회복지모공동금회에 별도의 기금을 만들어서 기부에 나서는 방식을 선택한 바 있다.
김봉진 의장은 이런 방식을 통해 거액의 자산을 보유한 재단이 만들어졌을 때 생길 수 있는 갈등이나 논란과 같은 부작용은 자연스레 피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곳에 대한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 장학금, 외식업주 자녀 장학금 등의 장학 사업은 물론 배달 라이더에 대한 의료비 지원 등이다. 또 김 의장은 기업을 키우는데 기여했던 임직원과 라이더들에게 사재를 들여 주식과 격려금을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기부는 제가 쌓은 부가 단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선 신의 축복과 사회적 운에 그리고 수많은 분들의 도움에 의한 것임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밝혔던 김봉진 의장은 결국 이런 ‘수많은 분들의 도움’에 자신의 부를 되돌려주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 “이해진, 고(故) 김정주 모두 자신의 철학·스타일대로 기부”
김봉진 의장뿐만 아니라 여러 IT 창업자들의 기부에는 저마다의 철학과 스타일이 담겨 있다.
책 읽기의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해 온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강원도 춘천시에서 선구적인 어린이 도서관을 건립해 운영하다 기부 채납하면서도 전혀 외부로 알리지 않은 일도 기부자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6월 19일 찾은 춘천시 효자1동의 담작은도서관. 정말로 이런 곳에 도서관이 있을까 싶은 주택가 한복판에서 도서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유아 열람실과 수유실, 어린이 열람실은 물론 다락방 같은 공간까지 갖추고 있는 이 3층짜리 도서관은 일종의 놀이공간처럼 느껴졌다.
도서관에서 보드게임을 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조용해야 할 도서관 내부에 아이들이 탈 수 있는 미끄럼틀까지 만들어 놨다.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자녀와 함께 도서관을 찾은 최유라 씨(38)는 “인형을 만들거나 바느질을 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있고 아이들과 같이 오기 참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2008년 도서문화재단 ‘씨앗’이 설립해 운영해 온 이 도서관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비롯해 여러 차례 상을 받으며 독특하면서도 모범적인 민간 도서관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그리고 몇 해 전에는 춘천시에 기부 채납됐다.
그렇게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도서관이 됐지만 이 도서관은 사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가 후원한 ‘작품’이다. 그렇지만 이해진 GIO는 이 도서관과 자신의 관계를 밝힌 적이 없다.
“사람이 성장하는데 책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이잖아요. 다들 ‘은둔의 경영자’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그런 성격이라 본인이 이런 걸 했다고 알릴 의지가 전혀 없는 스타일이예요. 사실 네이버는 본사가 있는 판교와 비교적 가까운 지방에서 연관 사업장을 세울만한 곳을 찾았고 낙점된 곳이 춘천이었어요. 도서관 건립은 네이버의 사업과 연관되는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이기도 한 일인데 본인 성격상 그런 것을 전혀 말을 안 하는 거죠. 그래도 알려야 한다며 이걸 떠들고 다닌 사람이 바로 저였고요.”
지난 2월 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넥슨 창업주 고(故) 김정주 NXC 이사는 어린이를 위한 기부에 집중하는 철학을 보여줬다.
김 이사는 2014년 국내 최초의 아동 재활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200억 원의 기부에 나섰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이 기부 덕택에 2016년 4월 문을 열 수 있었다.
김 이사는 그 이후에도 대전충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서울대 넥슨어린이완화의료센터, 경남권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꾸준히 자신의 돈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김 이사로부터 어린이를 위한 일이어서 기부를 결정했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고 했다.
“천재적인 아이디어에 예술가적인 기질도 강한 분인데, 경영 측면에서는 워낙 철저했기 때문에 IT 업계에서는 거액의 기부에 놀랐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런데 어린이 재활병원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다들 고개를 끄덕였어요. 넥슨이 어린이들의 돈으로 성장했다는 마음의 빚을 김 이사가 가지고 있기도 할뿐더러 워낙에 아이들을 좋아했어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훨씬 더 큰 규모의 기부에 나서려고 했었다는 얘기도 저는 들었습니다.”
김 이사 부부는 실제로 어린이 재활병원에 대한 애정이 커서 수시로 개인 돈으로 발전기금을 지원하고 직접 봉사활동에도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이사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명절에도 주변 직원들의 어린 자녀들에게 직접 선물을 챙겨줬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 “브라이언임팩트 재단,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부 새롭게 개척”
김 대표가 2년 임기의 이사장 자리를 맡은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은 어떨까. 김 대표는 이 재단 역시 일종의 사업처럼 기부에 도전해 보려는 김범수 전 의장의 기질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장 본인이 돈에 기술, 과학을 더해서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까지 해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IT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것처럼 기부에서도 IT 기술이나 과학 기술을 중요한 도구로 큰 가치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인데 기부도 일종의 창업이나 사업처럼 대하는 것일 수 있겠죠.”
김 대표가 재단을 맡게 된 것도 기부에 대한 이런 생각이 통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연간 복지 예산이 200조 원에 이르는 한국은 이제 절대빈곤의 상황을 벗어났기 때문에 그에 걸 맞는 방식의 기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과거엔 거액의 대학 장학금을 기부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는 기부도 일종의 사업을 하는 것처럼 사회 전체에 필요한 효용을 주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모교인 고려대에도 다양한 방식의 기부를 해봤지만 제일 효과가 컸던 건 중국으로 유학 가는 후배들에 대한 지원이었던 것 같아요. 중국어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진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돈을 지원해 주는 것이 비용 대비 제일 효과적이더라는 것이 제 경험입니다.”
● “김범수는 승부사, 1조 원쯤 넣을 기부 사업 찾는 중”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은 과학 전문기관과 손잡고 사회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 대형 공모전을 열어 프로젝트를 선정한 뒤 1억 원 이상의 상금은 물론 장기적인 지원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의료 분야 연구진과 함께 10¤20년 장기 과제로 장애인의 조기 노화 연구를 진행하는 일 등도 협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만들고 장애인 복지 제도의 틀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기술·과학 기반의 기부를 위해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자체적으로도 박사급 인력을 중심으로 기술, 과학 관련 사업을 연구하는 조직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나름대로는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한 이런 사업들 모두 대형 기부 프로젝트에 도전하기 전에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에 가깝다고 털어놓았다.
“김범수 전 의장 입장에서는 ‘1조 원’ 정도는 넣을 수 있는 사업을 찾는 것이 목표라고 봐요. 100억 원, 200억 원 단위의 사업도 제가 보기에는 작지 않지만 이 프로젝트에 워낙 큰 돈을 넣기로 했으니까요. 개인적인 삶을 봐도 그렇고 사업 스타일 봐도 승부사인데 기부에서도 승부를 걸 곳을 찾는 과정이에요. 은퇴를 하고 나서는 김범수 전 의장 자신이 그 일에 뛰어들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 “사회 문제의 뿌리까지 해결하려면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수”
한국의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이 실제로 어떤 프로젝트에 집중해서 얼마나 큰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를 지금으로서는 알기 어렵다.
다만,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기부의 실제 모습은 김 대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해진 GIO, 김범수 전 의장의 삼성SDS 입사 1년 선배로 NHN한게임 대표, 게임산업협회장 등을 지낸 ‘벤처 1세대’인 그는 2009년 IT 업계를 떠났다.
이후 북한 어린이를 위한 곰보빵 기부는 물론 기아대책, 자폐인사랑협회, 고려대 등 다양한 곳에 대한 기부를 이어온 그가 가장 뜻 깊은 활동으로 꼽는 것은 역시 베어베터다. 2012년 설립된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는 전체 직원 310명 가운데 80%가 장애인인데 연간 100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면서 철탑산업훈장까지 받았다.
“IT 업계 선후배, 동료 중에 중증 장애 자녀를 가진 분들이 꽤 있었어요. 그래서 ‘중증 장애인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들어 볼까?’라는 말을 꺼냈다가 사실 혼이 났어요. 대학을 졸업해도 제대로 일 할 곳이 없는데 장학금이 대수냐는 것이었죠. 그래서 안정된 일터로 출·퇴근하면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저도 10년 동안 많은 곳을 뛰어다녔고 사업적으로도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베어베터는 자폐·지적장애 등 발달장애인이 명함·쿠키·화환 등을 만들어 기업에 납품하면 고객사는 장애인 의무고용 미이행 과태료를 일부 탕감 받는 모델로 사업에 나섰다. 전국 9000여 곳 기업·기관들이 정부의 장애인 고용 의무를 다하지 못해 매년 8000억 원 가까운 과태료를 내는 상황을 적절히 파고든 것이다.
개인 재산을 털어 2억5000만 원짜리 최고급 인쇄 기계를 들여 명함을 만들고 일류 제과·제빵 기술자를 초빙해 직원들을 가르치는 비용이 필요하긴 했다. 하지만 제품의 품질과 가격, 과태료 감면액 등을 감안하면 기존 기업들과 충분히 경쟁이 가능한 사업 모델이었다. 이용자의 선의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기업인 것이다.
베어베터의 성공 사례는 ‘브라보비버’라는 새로운 사업을 통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장 중이다. 김 대표가 지방의 장애인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 낸 브라보비버는 지방에 중증장애인 사업장을 만들고 콘도 계좌처럼 대기업이 지분 투자에 나선만큼 장애인 고용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분 투자를 하고 장애인 최저임금의 2배를 내는 것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지키지 않아서 내야 하는 과태료보다 비용이 덜 드는 데다 사업장에서 생산한 쿠키·사과 등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 모델. 역시나 ‘선의’를 기대하기 보다는 사업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방식이다. 지난 5월 27일 대구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브라보비버에는 네이버·카카오의 계열사와 매일유업 등 10개 기업이 투자해 발달장애인 54명을 고용했다.
“중증 장애 자녀가 있는 가정은 아이가 홀로 서기를 해야 하는 성인이 됐을 때 부모님이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어진다는 큰 문제를 품고 있어요. 장애인 고용으로 이런 사회적 문제까지 해결하려고 노력해 왔는데 수도권보다 지방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걸 저도 좀 늦게 깨달았어요. 브라보비버가 잘 자리를 잡으면 정말로 이 문제의 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절대 빈곤을 벗어난 한국에서 여전히 ‘퍼주는 기부’도 필요하겠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기부’가 점점 중요해지지 않을까하는 것이 저의 오래된 생각입니다. 브라이언임팩트 재단과 같은 활동을 통해서 IT 창업가들이 정말로 새로운 기부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시는 것도 재미난 일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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