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본격 상승속 예대마진 늘어 지난해 상반기보다 21.7% 증가
“하반기도 이자수익률 추가 개선”… 정치권 ‘고통분담’ 압박 거세질 듯
증권-보험 등 ‘非은행’ 부진에도 4대 금융지주 상반기 9조 순익
“대손충당금 확대, 리스크 관리를”
4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1∼6월) 15조 원이 넘는 이자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금리 상승으로 막대한 이자를 벌어들인 은행 덕분에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부진에도 주요 금융지주 역시 최대 실적을 올렸다.
최근 은행들이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낮추는 지원 방안을 잇달아 내놓은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의 ‘고통 분담’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4조4402억 원), 신한(3조8902억 원), 하나(3조5247억 원), 우리(3조4810억 원) 등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총 15조336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12조6051억 원)에 비해 21.7% 늘었으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예대마진(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가계대출은 주춤했지만 기업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 대출 성장세도 이어졌다. 이에 따라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올 2분기(4∼6월) 순이자마진은 1.73%로 지난해 2분기 이후 매 분기 0.02∼0.07%포인트 올랐다.
이 같은 은행 실적에 힘입어 4대 금융지주들도 올 상반기 8조9662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2∼3차례 예고된 만큼 은행들의 이자수익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관 KB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1일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도 0.05∼0.06%포인트 이상의 NIM 추가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높아져도 은행 이자이익은 1000억 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증시 하락의 여파로 증권, 보험 등 주요 비은행 계열사들은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KB증권(―51.4%), 신한금융투자(―41.4%), 하나증권(―49.6%) 등 증권사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40% 이상 급감했다. 주가 하락에 따라 변액보험 관련 보증준비금 등을 쌓아야 하는 신한라이프(―10.2%), 하나생명(―47.7%) 등 생명보험사들의 순익도 크게 줄었다.
4대 금융지주의 실적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상반기 1조7614억 원 순익을 올린 우리금융은 하나금융(1조7274억 원)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또 상반기 기준으로는 KB금융이 여전히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지만 2분기 실적으론 신한금융이 KB금융을 169억 원 차이로 앞섰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은행들의 실적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19 지원 종료에 따라 숨어 있던 부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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