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반도체 통제’ 범용장비로 확대할수도… 정부-업계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5일 03시 00분


DUV-식각-연마 장비 등 대부분 美 기업들이 제품 생산
中 수출 직접 통제할 가능성 커… 삼성-하이닉스 현지공장 타격 우려
전문가 “칩4 참여 협상 과정때 韓기업 피해 최소화 조건 걸어야”

미국이 반도체 핵심 장비의 중국 수출 통제 품목을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에 이어 심자외선(DUV)·식각·연마 장비 등 범용 장비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인 ‘칩(Chip)4’ 참여 협상에서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조건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중국 반도체 통제 품목 범용 기술까지 확대 우려”
24일 한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EUV에 이어 차세대 식각 장비 등 범용 반도체 장비까지 통제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가장 우려되고 있다”며 “미 기업들이 대부분 장비를 생산하기 때문에 미 정부의 수출 통제가 훨씬 수월해져 중국 현지 한국 반도체 공장의 피해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와 업계는 미국이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중국 수출을 직접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우려하는 미국의 추가 통제 주요 품목은 △차세대 식각 장비(미 램리서치·세계 1위 식각 장비 업체), △CMP(연마) 장비(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 △테스트 장비(미 테라다인·세계 1위 테스트 장비 업체) 등이 꼽힌다.

미국은 EUV보다 한 세대 구형 장비인 DUV까지 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미국은 네덜란드 ASML(EUV 장비 독점 기업)을 압박해 EUV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어 스마트폰, 자동차, PC 등에 들어가는 범용 기술인 DUV까지 통제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현지 공장도 EUV가 아닌 DUV 장비를 사용한다. 삼성은 낸드플래시의 40%가량을, SK하이닉스는 D램의 50%가량을 중국에서 생산 중이다.

범진욱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장은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독립’ 저지를 위해 수출 통제 범위를 계속 확대하려 할 것”이라며 “중국 현지 한국 공장의 생산라인을 유지하고 업그레이드를 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의 현지 공장 피해 최소화 등 대비책 필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중국(홍콩 포함)은 국내 반도체 수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통제 범위가 DUV 등 범용 장비까지 확대되면 공장 가동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미중 간 국가 이슈이기 때문에 기업이 나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반도체 동맹인 ‘칩4’ 참여 협상 과정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칩4 동맹 참여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중국 현지의 한국 공장들에 대한 통제로 이어지지 않는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며 “만약 한국의 반도체 비즈니스가 제재를 받게 되면 진정한 동맹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중의 ‘반도체 전쟁’과 함께 국내외 반도체 업황도 나빠지고 있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로 들어온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액은 68억7975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 떨어졌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폭이 최대 13%, D램은 10%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통제#duv#칩4#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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