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공급망 붕괴 위기]
인력-자금난 중기에 ‘맞춤형 처방’
우선순위 정해 설비-인력도 지원
“설비개선 등 먹거리 만들기에 초점”
“생존의 기로에 선 원전 중소기업에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을 우선 처방해야 한다.”
이달 12일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원전 중소기업 기술혁신 연구반’ 첫 회의에서는 인력·자금난에 처한 중소기업에 ‘맞춤형 R&D’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한정된 예산을 골고루 나눠 갖는 ‘파이 나누기’ 대신 기술 우선순위를 정해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설비, 인력 지원 등 영양제를 한꺼번에 처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소 협력사들의 자금력은 탈원전 5년을 지나며 대부분 바닥이 났다. 2020년 기준 원자력 산업체 645개사 중 원전 관련 매출이 아예 없는 곳은 242개(37.5%)나 됐다. 기업들은 원전과 관계없는 분야 일감을 ‘이삭줍기’ 하거나 공장 매각, 인력 감축으로 버텼다.
원전은 과거 납품한 부품이라도 신규 사업마다 다시 인증·검증을 받아야 해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인력 공급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간헐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노후 설비는 방치되고 핵심개발 인력을 지속적으로 고용하기 힘들었다. 신규 인력을 양성하려 해도 지원자가 없거나 시간이 많이 걸렸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공기업, 대기업, 국책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R&D 프로젝트는 중소기업이 참여할 기회가 많지 않다. 설계나 프로그래밍 위주의 엔지니어 회사가 일부 참여하고 있지만 기자재 제작 분야는 지금 당장 수행할 수 있는 R&D 과제가 부족하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상 국가 R&D 과제 비용 중 30% 정도를 해당 기업이 내는 ‘분담금(매칭 비율)’도 매출이 10억 원 안팎인 중소협력사들에 과도한 부담이다. 현재 중기부의 일반 R&D 지원은 6억 원이 한도인데 대형 설비 투자가 필요한 주기기 관련 업체에는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기부도 원전 중소기업이 적시에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도록 최근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다음 달 215억 원을 긴급 지원하고 내년부턴 아예 ‘원전 특화형 R&D’를 만들어 5년간 1500억 원을 편성할 계획이다. R&D 긴급지원 품목을 정하고 중장기 로드맵 수립을 위해 산학연 전문가 13명으로 구성한 연구반도 만들었다. 연구반장인 염학기 전 한전기술 전력기술원장은 “R&D 수행을 위한 장비 구매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 신한울 3, 4호기 기자재 공급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기존 원전 설비 개선 사업 등 중소기업 먹을거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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