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과 같이 물가 오름세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다며 정책대응을 통해 이를 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금리 인상을 통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확산에 대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5일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에 실린 ‘우리나라 물가-임금 관계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물가 상승세가 크지 않았던 2000년대에는 임금 상승이 물가에 주는 영향이 거의 없었던 반면, 물가와 임금 상승률이 가팔랐던 1990년대에는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가 컸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와 관련 물가-임금 상호작용이 저인플레이션 국면에 비해 고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한은이 저인플레이션 시기인 2003년 1분기~올해 1분기 전년동기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충격반응함수’ 분석한 결과 임금이 1%포인트 올라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크게 변하지 않는 등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공업제품 가격도 임금 충격에 대해 유의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전체 소비자물가 가운데 임금과 높은 연관성을 보인 개인서비스 물가의 경우 4~6분기(1년~1년 6개월) 이후 0.2%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임금 충격에 대한 반응의 유의하게 나타났다. 한은은 이와 관련 개인서비스는 임금과 높은 연관성을 보이고 있는 반면, 제조업의 경우 낮은 인건비 비중, 글로벌화에 따른 경쟁심화 등으로 공업제품의 소비자 가격 전가가 작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반면 물가와 임금 상승률은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 오르면 임금 상승률이 4분기 이후부터 0.3~0.4%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성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물가가 임금에 미치는 영향보다 낮은 것은 2000년대 대부분에 걸쳐 물가상승률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은이 VAR(벡터 자기회귀 모형)을 통해 임금, 물가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1990년대를 대상으로 분석해 본 결과 임금 충격에 대한 물가 반응이 유의하게 나타났다. 분석 결과 임금이 1%포인트 오르면 4분기(1년) 이후에 소비자물가를 0.3%포인트 끌어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차장은 “물가- 임금 관계는 고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1990년부터 최근까지의 자료를 모두 이용해 임금 충격에 대한 물가의 반응을 살펴본 결과 저인플레이션 국면에 비해 고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물가상승률이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와 관련 최근과 같이 물가 오름세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차장은 “현재의 상황을 90년대와 같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임금과 물가가 함께 높아질 경우 90년대 경험했던 임금과 물가의 연쇄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며 “고물가 고착화를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책대응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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