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장기화에 따라 온라인 상거래 수요가 폭발하면서 국내 금융사들의 물류시설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상품을 보관, 분류하는 공간인 물류센터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유럽의 거점인 독일과 북미 지역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이런 물류시설 투자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라 투자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은 독일 튀링겐주(州) 에르푸르트시(市) 국제물류단지 아마존 물류센터에 4370만 유로(약 590억 원) 규모의 선순위 메자닌 대출 투자를 완료했다. 메자닌 대출은 선순위 대출 대비 이자율이 높지만 대출이 상환되는 권리는 후순위인 대출을 뜻한다.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메자닌 대출은 지분 투자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는 낮고,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중위험·중수익 투자로 분류된다.
해당 사업은 연면적 26만4100m² 규모의 전자동화 물류센터를 개발하는 것이다. 물류센터로는 독일에서 최대 규모로, 아마존이 최소 20년간 임차하면서 독일 내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공사는 올해 3월 첫 삽을 떴고, 내년 7월 완료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해당 사업에 19개월간 유로화 기준으로 연간 6% 초중반대 금리로 이자를 받을 예정이다. 해당 펀드에는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이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대상은 호텔이나 오피스빌딩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배송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전자상거래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물류센터가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랙트애널리시스는 전 세계 물류센터 수가 2020년 15만 개에서 2025년 18만 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금융기관들도 물류센터 투자에 부지런히 나서고 있다. 그중에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의 물류센터가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2019년 삼성증권은 독일 뒤셀도르프 물류센터에 약 2600억 원, 퍼시픽자산운용은 같은 해 도르트문트의 물류센터 2개동에 1800억 원을 각각 투자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영국, 스페인, 프랑스의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부동산 공모펀드를 국내에서 최초로 출시했고, 이듬해에는 약 20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조성해 미국 델라웨어에 건설 중인 물류센터를 선매입했다. 또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3300억 원 규모의 아마존 물류센터 2곳과 페덱스 물류센터 1곳을 개발 단계에서 매입했다.
다만 운용사들의 물류센터 투자가 앞으로도 계속 유망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물가상승과 건설비용의 증가로 향후 투자가치가 얼마든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물류센터의 공사비 역시 오르면서 제시된 수익률의 보장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물류센터 자동화 시설의 경우 더 많은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