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펀드 수익률과 내 수익률이 다른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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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주식시장은 올랐는데 내 수익률만 낮다.”

주식 투자자라면 흔히 갖는 불만이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 매니저 피터 린치가 운용한 마젤란 펀드는 13년간 2700%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펀드 가입자의 절반은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투자자의 경우는 어떨까?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시장 상황에 맞춰 얼마나 잘 사고파는지를 알려면 투자자의 ‘마켓 타이밍’(시장의 상승이나 하락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전략)성과를 살펴봐야 한다. ‘마켓 타이밍’을 잘하는 투자자는 싼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판다.

마켓 타이밍 성과를 측정하는 공식은 따로 없지만, 펀드의 시간가중수익률(시장수익률)과 금액가중수익률(투자자수익률) 차이를 통해서 추정해볼 수 있다. 시장수익률을 쉽게 말하면 올해 1월 1일 주식을 산 뒤 이달 25일까지 쭉 보유했다고 가정했을 때 계산한 수익률이다. 반면 투자자수익률은 올 1월 1일 이후 중간에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의 성과를 모두 계산한 수익률이다. 즉, 매수와 매도 시점에 대한 의사결정까지 반영한 수익률이기 때문에 마켓 타이밍을 평가할 때 사용된다.

실제로 2003년 이후 코스피200 지수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시장수익률과 투자자수익률을 계산해보니 시장수익률은 월평균 0.6%인 반면에 투자자수익률은 0.3%였다. 단순히 ETF를 매수한 후 보유했을 때보다 중간에 사고파는 과정을 반영한 수익률이 훨씬 낮은 것이다.

투자자수익률이 시장수익률보다 낮은 이유는 많은 투자자가 주가가 오를 때 사고 내리면 파는 시세 추종 방식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낮은 투자자수익률은 특히 시장이 상승하다가 급격히 하락하는 위기 시점에 두드러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투자자수익률은 월평균 ―1.2%로 시장수익률(―0.8%)보다 크게 낮았다. 투자자들은 시장이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시점에 주식을 매수했다가 시장이 급변하고 성과가 악화되면 매도하는 ‘고점 매수 저점 매도’를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고점 매수와 저점 매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모두 이성적이기 때문에 과거의 정보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 이런 상황에선 과거 정보를 분석한다고 해서 높은 수익을 얻기 힘들다. 장기적으로 보면 마켓 타이밍을 통한 성과도 어렵다.

결국 투자자들이 ‘마켓 타이밍을 통해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과신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종목을 선택했다면 주가가 올라갔다가 떨어질 때의 공포감에 질려 매도하기보다는 시황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가져야 한다. 투자 성과를 위해서는 ‘좋은 투자 대상’뿐만 아니라 ‘좋은 투자 습관’이 필요하다.
#애널리스트 마켓뷰#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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