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급등을 차단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아파트 경매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 낙찰가율이 줄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기준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출 규제 강화와 잇단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경매 물건이 늘어나면서 경매시장도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원 경매 정보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전달(94.3%)대비 0.5%보다 하락한 93.8%를 나타냈다. 올 들어 가장 낮은 낙찰가율이다. 낙찰률은 45%로 전달 42.8%에 비해 다소 높아졌으나, 평균 응찰자 수는 6.1명으로 전달(7.2명) 대비 줄었다.
지역별로 인천 아파트 낙찰가율(88.8%)이 전월(96.8%) 대비 크게 하락했다. 인천 낙찰가율이 80%대를 나타낸 것은 2020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대구도 낙찰가율이 81.3%를 나타내며 2014년 1월(81.1%)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울산(93.3%), 부산(95.9%), 광주(96.0%) 등도 전달보다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서울 아파트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낙찰률은 56.1%로 전월(35.6%) 대비 20.5% 상승했고, 낙찰가율은 110.0%로 전월(96.8%)보다 13.2% 상승했다. 비(非)규제지역인 강원도 낙찰가율도 108.2%로 100%를 넘겼다.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개발 사업이 진행되거나 호재가 있는 지역, 서울 강남권에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강남의 고가 아파트가 높게 낙찰되면서 전체 낙찰가율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경매 시장의 위축은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시행 이후 절세 매물을 늘어난 데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의 영향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경매는 대출자금의 비중이 높다. 경락잔금대출 역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적용을 받는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을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기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또 이달부터 개인별 DSR 규제 대상을 총 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부동산 시장에선 잇단 금리 인상 여파로 경매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위축이 겹치면서 경매 물건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경매 물건이 늘고, 입찰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화가 확대될 수 있다.
또 일각에선 아파트 경매 지표가 모두 하락하면서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경매 낙찰가율은 주택 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긴다. 낙찰가율이 떨어졌다는 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으로 경매 물건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준 금리 인상과 이달부터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의 영향으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투기 수요가 줄고, 경쟁률이 낮아졌다”며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고, 주택 수요가 감소하면서 앞으로 경매 물건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대출 규제가 여전하고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경매시장이 실수자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며 “무주택 실수요자라면서 하반기 금리 인상 폭이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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