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위기대응팀 발족… 롯데-한화, 비상경영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7일 03시 00분


기업들, 경기침체 현실화에 “선제적 대응”


국내에 유통되는 철강제품 중 열연 강판 가격은 최근 석 달 새 기준 t당 30만 원이 떨어졌다. 국제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년 만에 처음으로 4,000 선이 무너졌다. 철강 가격과 해운 운임은 모두 글로벌 경기 향방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들이다.

환율, 금리, 물가의 ‘3고(高) 악재’로 인한 실물경기 침체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선제적으로 반영되는 철강, 석유화학 등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은 전사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18조 원의 현금성 자산(연결 기준)을 보유하고도 최근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하고 전사통합 위기대응팀까지 만든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현금 중심 경영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경기 변화에 민감한 철강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피크아웃(Peak-out·수요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임)’에 맞춰 미리 고삐를 당기겠다는 계산이다.


실제 주요 철강 제품인 열연 강판 가격은 22일 기준 t당 110만 원까지 하락했다. 4월 15일 140만 원으로 정점을 찍은 지 3개월여 만에 30만 원이나 하락했다. 일부 중국산 열연 제품은 7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현대제철도 2분기(4∼6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3%, 50.8% 상승했지만 하반기(7∼12월) 철강 시황은 어둡게 내다봤다. 민간 건설사들의 수주가 감소세로 전환되고 자동차 산업의 생산 부진도 지속될 거라는 이유에서다.

롯데그룹은 최근 부산에서 연 사장단회의에서 신동빈 회장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변화한 사업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한화는 석유화학과 에너지 부문 계열사를 중심으로 5월에 일찌감치 비상경영을 선언한 바 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회장도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복합위기 현실화를 거론하면서 “경영 전략을 수시로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2분기부터 이미 실적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치를 내놓은 종목의 실적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9086억 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57.5% 감소한 수치다. 롯데케미칼과 DL의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 5940억 원과 475억 원에서 각각 올 2분기에는 295억 원과 77억 원으로 각각 95.0%, 83.7%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기업경기실사지수(BSI) 8월 전망치는 86.9로 나타났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 전망이 많다는 뜻이다. BSI가 90 아래로 떨어진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2020년 10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올해 BSI는 3월 102.1로 고점을 찍은 뒤 5개월 만에 15.2포인트 떨어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지며 투자와 고용이 더 악화할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포스코#롯데#한화#비상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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