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난민’ 커지는 불안]
“실거주 이유 내쫓고 새 월세계약”
임대차법 이후 소송 등 갈등 커져
보증금-계약갱신 분쟁 크게 늘어
충남 천안시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이전 전셋집 주인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기로 최근 결심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직후인 2020년 10월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겠다며 그를 내보냈지만 이후 전세를 월세로 돌려 세입자를 새로 받았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 김 씨는 “갑자기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 말을 믿을 수 없어 이전 집 확정일자를 계속 확인했다”며 “집주인이 전월세상한제를 피해 월세를 많이 받으려고 나를 쫓아낸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전월세살이가 더 팍팍해진 데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도 작용한다. 임대차 3법의 계약갱신요구권이나 전월세상한제가 ‘갈등의 씨앗’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임대차분쟁 조정불성립 건수는 133건으로 2017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았다. 올해 상반기(1∼6월) 조정불성립도 이미 77건으로 2020년 연간 건수(27건)보다도 약 2.9배 많다.
보증금 수준을 둘러싼 분쟁이 2017년 11건에서 지난해 54건으로 크게 늘었다. 계약 갱신·종료와 관련한 분쟁도 같은 기간 54건에서 307건으로 급증했다. 계약 갱신을 원치 않는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이사비나 위로금을 주는 새로운 ‘관행’이 생기기도 했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에서는 관리비를 과도하게 올려 월세 인상분을 충당하는 일도 벌어진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집주인이 실거주하면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게 한 점 등 임대차법의 불명확한 부분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모호한 조항을 개정하고 사례집을 발간하는 등 갈등을 줄일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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