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명 있었는데…무단결근 1년 가능했던 우리은행 부서 미스터리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28일 1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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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700억원을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 전모 차장이 1년 넘게 무단결근을 하고도 회사가 이를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 집단인 금융그룹 소속 시중은행 조직에서 이런 일이 가능했다는 점에 의문을 던진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횡령 직원 전 차장은 우리은행 본점 여신지원그룹 산하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해왔다. 여신지원그룹은 기업개선부와 여신관리부, 개인·중기업·대기업 심사부, 글로벌IB심사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개선부는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간 기업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인력 수급과 업무량에 따라 30~4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한다. 부서는 부장급 부서장과 그 위로 부행장급 그룹 본부장이 관리한다.

전 차장은 기업개선부에서만 2011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2년 동안 근무해왔다. 그 사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8회에 걸쳐 총 700억원을 횡령했다. 그리고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13개월 동안 무단결근을 했다.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 조사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횡령과 무단결근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 차장은 결재라인에 있는 상급자들의 직인과 비밀번호(OTP)를 도용하고 각종 공·사문서를 위조했다. 이를 통해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A사 출자전환주식과, 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등을 횡령했다.

OTP는 금고에 있었고, 금고 열쇠는 전 차장과 부서 팀장이 갖고 있었다. 두 개의 열쇠가 같이 꼽혀야만 금고가 열리는데 전 차장은 팀장의 열쇠를 훔쳐서 OTP를 꺼내 사용했다.

무단결근은 해외 대외기관인 금융위원회로 파견을 간다는 허위 보고를 부장에게 구두로 전했다. 전 차장은 대우일렉트로닉스 이슈와 관련해 대외기관에 가끔씩 태스크포스(TF)로 참석한 바 있다. 이 같은 이력에 부장은 구두 보고만 믿고 의심 없이 파견을 승인했다.

문서 위조는 대외기관 부서장 명의를 허위로 만들어서 필요하다는 식으로 결재를 받았다. 다른 명목으로 받겠다고 해서 상급자 직인을 받았는데, 부서장이나 은행장 명의로 된 직인도 날인했다. 다른 명목으로 결재를 받겠다고 신청하고 다른 내용의 허위 공문을 만들어 직인을 사용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와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있다. 기업경영개선부 등의 부서명으로 비슷한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행원이 해외 지점이 아닌 금융위 파견을 가는 경우도 이례적인 일”이라며 “무단결근을 하는 동안 허위 보고서를 통해 업무를 보고 있다고 윗선을 속여 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 차장의 횡령과 무단결근이) 과거의 일이다보니 당시 결재라인에 있던 임직원들은 대부분 정년퇴직하거나 부서이동을 한 상황”이라며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당시 부서장과 그룹 본부장 등이 누구인지는 특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전 차장과 함께 당시 결재라인에 대한 제재도 예고한 상태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횡령 관련자는 팀장, 부행장급, 행장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며 “적용될 법은 은행법, 지배구조법, 또는 일반 검사제재 규정일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앞으로의 법적인 검토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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