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21개월 연속 증가하는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수출 증가율은 두 달 연속 한 자릿수에 머무르는 등 다소 둔화한데다, 주요 에너지원 수입액이 급증하고 반도체·농산물 등 수입액까지 늘며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넉 달 연속 무역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월~9월 이후 약 14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이달 중 종합 수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무역수지 적자 넉 달째…금융위기 이후 처음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액이 607억 달러로 전년 대비 9.4% 늘었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역대 7월 수출액 중 최고 실적이다.
우리 수출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월별 수출액 증가세는 ▲1월 15.2% ▲2월 20.6% ▲3월 18.2% ▲4월 12.3% ▲5월 21.3% ▲6월 5.4%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 6월부터 월별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년 전보다 21.8% 늘어난 653억7000만 달러를 기록해 수출액을 상회했다. 특히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이 1년 전보다 90.5% 늘어난 185억 달러에 달하는 등 수입 증가세를 주도했다. 우리 산업 생산을 위한 핵심 중간재인 반도체(25%)와 밀(29.1%)·옥수수(47.6%) 등 농산물 수입액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46억7000만 달러 적자를 내면서 4개월 연속 적자 기록을 세웠다. 4개월 연속 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6~9월 이후 처음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원 중심 수입 증가가 수출 증가율을 상회함에 따라 무역적자가 발생했다”며 “일본, 독일 등 주요국들도 에너지 수입 급증으로 무역수지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15대 품목 중 7개 품목 증가…반도체 수출 역대 7월 중 최고
품목별로 보면 지난달에는 15대 주요 품목 중 7개 품목 수출이 늘었다. 특히 석유제품·자동차·이차전지 등은 월간 기준 최고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대표 효자 품목인 반도체도 역대 7월 중 최고 실적을 내며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1% 오른 112억1000만 달러였다. 소비자용 IT 수요가 둔화하고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투자 축소 결정에도, 월 수출액은 2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15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상회했다. 자동차 수출액은 화물연대 운송 거부로 인한 선적 지연 물량이 이월되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일부 해소와 친환경차 수출 호조세 등으로 25.3% 증가한 51억4000만 달러였다.
석유제품 수출액도 고유가 상황 속 정기 보수 종료에 따른 가동률 상향, 하절기 수송용 연료에 대한 견조한 수요 등이 맞물리며 86.5% 급증한 67억2000만 달러였다. 선박(25억5000만 달러·29.2%)은 해양플랜트 수출, 이차전지(8억8000만 달러달러·11.8%)는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 기조 등에 힘입어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 밖에 철강(33억1000만 달러·5.2%), 차부품(20억3000만 달러·2.1%)도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컴퓨터 수출액은 고(高) 인플레이션 등으로 전자제품 수요가 감소해 소비자용 SSD 수출이 둔화하며 27.3% 감소한 10억8000만 달러였다. 석유화학 수출도 시항 악화 등으로 1.7% 줄어든 46억7000만 달러였다. 디스플레이(17억7000만 달러·-2.7%), 바이오헬스(11억7000만 달러·-12.1%), 가전(6억8000만 달러·-18.7%), 일반기계(42억9000만 달러·-2.9%), 섬유(10억3000만 달러·-9.6%), 무선통신(11억3000만 달러·-3.5%) 등 품목 수출액도 감소세를 보였다.
◆미국·아세안 등 5개 지역 수출 증가…대(對) 중국 수출 감소
지난달 수출을 지역별로 보면 9대 지역 중 5개 지역에서 수출이 늘었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자동차·일반기계·석유화학 등 품목이 선전하며 14.6% 늘어난 100억 달러로 역대 월간 기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아세안으로의 수출도 20.9% 늘며 9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상회했다. 반도체·석유제품·디스플레이 등 품목이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유럽연합(EU) 시장으로의 반도체·차부품·철강 등 품목 수출이 늘어 14.6% 증가한 61억 달러였다.
반면 최대 교역국인 대(對) 중국 수출은 2분기 경기 둔화세가 본격화되고, 무선통신·컴퓨터 등 품목 수출이 줄어 2.5% 감소한 132억4000만 달러였다. 인도 지역 수출은 석유화학·철강·일반기계 등 수출 증가로 92.4% 증가한 23억7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이었다. 중동 지역 수출도 석유제품·철강 등 판매 호조로 11.7% 늘어난 14억9000만 달러였다.
일본으로의 수출은 1.4% 감소한 25억3000만 달러, 중남미 지역 수출은 7.9% 감소한 21억7000만 달러였다. CIS 지역 수출액도 10억6000만 달러로 5.7% 줄었다.
◆정부 “수출 정책 지원 필요…8월 중 대책 발표”
정부는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4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발생한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총력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6월 이후 수출 증가율도 한 자릿수에 머물며 수출 성장세 둔화와 무역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산업·무역을 둘러싼 리스크 관리와 함께 우리 수출이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8월 중 수출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해온 규제의 개선과 현장의 애로 해소 방안, 주요 업종별 특화 지원 등을 망라한 종합 수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우리 산업·무역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혁신적 산업 생태계 구축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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