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심 판단 법리적 반박 쉽지 않아
‘은행권과 갈등 봉합 필요’ 주장도
“3심 없이 철회 안돼” 내부 반발 변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에 대한 중징계 취소 소송 1, 2심을 연달아 패소한 금융감독원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이번 소송 2심 판결문을 송부 받은 금감원은 12일까지 상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서 2020년 1월 금감원은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준이 미흡했다”며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손 회장이 이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1, 2심에서 법원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준이 없었던 게 아니라,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며 “내부통제가 안 지켜진 것은 최고경영자(CEO) 징계 사유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대법원 상고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현직 금융사 CEO가 금감원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라 검사와 제재 등의 수단을 통해 금융사의 기강을 잡는 금융당국으로서는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3심까지 해보지도 않고 제재를 철회하는 것은 기관과 직원들의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 고위급을 중심으로 상고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한다. 우선 법규가 적절히 적용됐는지 등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대법원에서 1, 2심의 판단을 법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었다. 또 무리하게 법적 다툼을 이어가기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법규를 정비해 금융사 제재를 더 정밀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장기간 이어져 온 은행권과 감독당국의 갈등을 봉합해 금리 인상 국면에서 서민·취약계층 지원 등을 위한 은행들의 협조를 이끌어 내자는 주장도 거론됐다.
다만 상고를 포기할 경우 유사한 다른 소송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는 남아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제기한 DLF 관련 징계 취소 소송은 금감원이 1심에서 승소하고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익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내부 반발은 변수”라며 “가능한 한 빨리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