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3% 올라 24년만에 최고
원재료값 상승에 폭염-장마 겹쳐
외식비 30년새 최고폭 8.4% 올라
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힘받아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로 두 달 연속 6%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외식 물가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 여파로 전년보다 8.4% 오르며 약 30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20% 넘게 가격이 급등한 채소류와 더불어 ‘밥상 물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3% 올랐다. 외환위기에 따른 환율 급등으로 물가가 크게 오른 1998년 11월(6.8%)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공공요금, 외식 등 개인서비스가 일제히 오르며 소비자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물가 상승률 6.3% 중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의 기여도가 4.96%포인트를 차지했다.
이 중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달 폭염과 장마 영향으로 전년 대비 7.1% 올라 6월(4.8%)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석유류 가격은 35.1% 올라 6월(39.6%)보다 상승 폭이 소폭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원재료 값이 크게 오르면서 지난달 외식 물가는 전년보다 8.4% 올라 1992년 10월(8.8%) 이후 2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이에 따라 외식이 포함된 개인서비스 가격도 전년보다 6.0% 올랐다. 소비자가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7.9% 올라 1998년 11월(10.4%)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 곡물가 상승 등 재료비 인상과 방역조치 해제에 따른 외부활동 증가, 대면서비스 회복이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며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5%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올 6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밝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4.7%를 넘어서는 수치다.
물가 상승 압박이 이어지면서 25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예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만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이값 73%, 전기료 18% 껑충… “서민 물가 불안 길어질수도”
두달 연속 6%대 물가
무더위-잦은 비로 작황 나빠져 농산물값 폭등이 물가 상승 이끌어 석유류, 5개월째 30% 넘게 올라 햄-스팸-소시지 등 가공식품에 아이스크림 가격도 인상 서민 부담 10월 정점 예측속 일부 “더 길어질것”
물가가 올 6월에 이어 7월에도 6% 넘게 뛴 데는 무더위와 잦은 비로 작황이 나빠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전기·가스·수도 요금 역시 역대 최고 상승률을 보이며 물가를 끌어올렸다. 생산 비용 증가로 햄, 스팸 등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되면서 서민들의 체감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6% 넘는 물가 오름세가 10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연간 물가 상승률은 5%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 조사 품목 84% 전년보다 가격 올라
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농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8.5% 올랐다. 오이 가격이 73%로 1년 새 가장 많이 뛰었고, 배추(72.7%) 상추(63.1%) 파(48.5%) 등도 40% 넘게 상승했다. 상승 폭은 6월(1.6%)의 5배 이상이다. 무더위가 이어진 데다 비까지 잦아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축산물과 수산물도 각각 6.5%, 3.5% 올랐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15.7% 올라 2010년 1월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중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달 1일 동시에 인상돼 전년보다 각각 18.2%, 18.3%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시 감면된 지역 상수도 요금도 다시 올랐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35.1% 오르며 5개월째 30%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 원유 가격이 하락해 6월(39.6%)보다는 오름 폭이 줄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대상 품목 458개 가운데 1년 전보다 가격이 오른 품목은 383개로 84%에 달한다. 지난해 7월에는 전년보다 가격이 오른 품목이 311개(68%)였다. 물가 상승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물가는 10월까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국회에서 “물가는 대외 요인의 추가적인 돌발 변수가 없는 한 9, 10월경이 정점이 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말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추석을 기점으로 농식품 물가는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고물가가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금리 정책이 효과가 없거나 글로벌 공급망에 추가로 차질이 생기면 높은 물가 상승률이 계속될 수 있다”며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 등도 감안하면 연간 물가 상승률 5%대 중반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 “가격 올려도 손실 불가피한 수준”
원재료 값이 오르면서 밥상에 자주 오르는 식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스팸 클래식(200g) 가격을 4480원에서 4780원으로 6.7% 올렸다. 올 3월 대형마트 판매가격을 올린 데 이어 편의점 가격도 인상한 것. 동원F&B도 리챔 오리지널(200g)의 편의점 가격을 6200원으로 6.9% 올렸다.
롯데제과는 이달부터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햄, 소시지 등 육가공품 4종 가격을 인상했다. 롯데비엔나(260g+260g) 값은 기존 7980원에서 12.5% 오른 8980원이 됐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원료육 가격은 지난해 대비 45%, 유지류와 조미료 등 부재료는 30∼70% 올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값이 크게 올라 제품 가격을 인상해도 손실이 불가피한 수준”이라고 했다.
여름철 대표 간식인 아이스크림 가격도 올랐다. 빙그레는 이달부터 붕어싸만코 3종과 빵또아 3종의 소매점 판매가를 기존 1000원에서 20% 오른 1200원으로 조정했다. 빙그레의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도 이달부터 모나카샌드 6종 가격을 1200원으로 20% 올렸다.
라면 제조사들도 원자재 비용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압박이 한계에 가까워진 상황이다. 제조사 관계자는 “1년간 오른 각종 비용 상승폭이 과거 10년간 상승폭보다 크다”며 “대표적인 서민 식품인 만큼 하반기 가격 인상 계획은 없지만 부담이 막대하다”고 토로했다. 패스트푸드 가격도 오른다. 맘스터치는 4일부터 메뉴 50종의 가격을 올린다. 앞서 버거킹은 지난달 29일부터 제품 46종의 가격을 평균 4.5% 인상해 올 들어 두 번째로 값을 올렸다. 맥도날드도 가격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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