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세금을 내지 않아 떼인 세입자의 임차보증금이 5년간 472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인 집값 조정으로 전세금이 매매가격과 맞먹거나 웃도는 ‘깡통전세’ 위험까지 커진 상황과 맞물려 세입자들의 추가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미납 세금 공매에 따른 임차보증금 미회수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임대인의 세금 미납으로 임대인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122억1600만원(101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하반기(8~12월)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연간 피해 보증금 93억6600만원(143건)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52억5000만원이었던 피해 보증금은 올해 들어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피해 규모를 살펴보면 세입자는 915명, 금액 기준으로는 472억2100만원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캠코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세금 체납으로 인한 주택 공매 의뢰가 늘었다”며 “올해는 수도권에서 신축 빌라, 오피스텔 등 깡통전세로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캠코는 임대인의 세금(국세·지방세), 공과금 체납 시 압류된 주택 등 소유 재산을 공매 처분해 체납 세액을 회수하는데 이때 세금은 보증금 등 다른 채권보다 우선 변제한다. 즉 주택을 처분한 금액으로도 임대인이 밀린 세금을 충당하지 못할 경우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현재는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집주인의 체납사실을 확인하려면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전에 체납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세입자의 피해가 빠른 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금리 인상, 매수세 위축에 따른 주택 경기 둔화로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격과 맞먹거나 이를 웃도는 ‘깡통전세’ 위험까지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상 업계에서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의 위험이 크다고 보는데 지난 7월 서울 오피스텔 전세가율(KB부동산 기준)은 83.8%에 달한다. 이는 2011년 1월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다. 특히 서울에서도 외곽 지역인 서남권과 서북권은 각각 86%, 86.4%로 평균보다 높다.
홍기원 의원은 “집주인의 세금 체납으로 해당 주택이 공매에 넘어가면 조세 체납액은 최우선 순위를 갖게 되고 세입자는 변제 순위에 밀려나 보증금 반환을 보장받을 수 없게된다”며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의 세금완납증명서를 첨부하거나 중개사를 통해 세금 체납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등 전세금 사고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