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측 사상 역대 최고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수도권 도심에 ‘물 폭탄’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9일 출근길이 전쟁터로 변했다. 주요도로가 통제되고 지하철 9호선 등 일부 구간이 이날 아침까지 마비되면서 주요 기업들도 출근 자제 등 긴급 방침을 내놨다.
이날 오전 삼성전자는 사내 메신저에 “폭우로 인해 출근이 제한되고 있는 수도권 지역 임직원 여러분께서는 안전을 위해서 무리하게 출근하지 마시고, 자율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해주시기 바랍니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전날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지하철 강남역 일대가 침수돼 주변 차량이 잠기고 퇴근길 대란을 빚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임직원들에 ‘재택 권유’ ‘출근 자제’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SK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구성원들께서는 교통상황을 고려하여 금일은 출근시간을 조정하시거나 재택근무를 해 주실 것을 권장드립니다”는 문자를 발송했고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계열사들도 부서장 재량에 따라 재택근무를 권유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전날부터 호우특보 발효에 따라 재택근무 권고를 내렸다. 현대차 양재본사 비상상황실은 임직원 공지를 통해 “곳곳에서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기상청에서는 9일에도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하고 있습니다. 출근이 어려운 임직원분들께서는 재택 근무 등 적극 활용하여 주시길 바랍니다”고 알렸다.
LG그룹 주요 게열사들도 수해로 인해 정상적인 출근이 어려운 경우 각 조직 재량에 따라 재택근무 및 출근시간 조정, 거점 오피스 근무 장려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재택근무 및 거점오피스 근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조직별로 안내 부탁드립니다”는 사내 공지를 올렸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선 직원들이 대부분 출근한 이후인 오전 시간에 재택근무 안내문을 보내면서 직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같은 그룹 내 계열사 별로 어떤 곳은 전날 밤 안내문을 보낸 반면 어떤 곳은 다음날 아침에야 안내문을 보내면서 불만을 산 것.
한편 도심 곳곳 침수와 교통 대란이 벌어지면서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경기 성남 등 수도권에서 출발하는 주요 대기업 통근버스가 서울 강남구 세곡동 탄천 범람 위험으로 지연되기도 했다. 전날에는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옥 일부가 집중 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입었다.
10일과 11일에도 집중호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계의 출근시간 조정, 재택근무 방침 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수도권 소재 일선 공무원들의 출근 시간을 오전 11시 이후로 조정했다. 오전 9시 출근을 기본으로 볼 경우 2시간 이상 출근 시간을 늦춰주는 것이다. 중대본은 수도권 소재 민간기관(기업) 및 단체에 대해서는 각 기관·단체가 사정에 맞게 직원들의 출근 시간을 조정하도록 요청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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