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한국의 최대 강점인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국가 지원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에도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지미 굿리치 부회장은 9일(현지시간)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국의 ‘칩(Chip)4’ 예비회의 참여에 대해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들이 반도체 기술의 선두주자로 남기 위해선 서로간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중국이 대대적인 투자를 쏟아 부으며 반도체 기술 국산화에 나선 만큼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칩4’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
다만 그는 “중국은 가장 큰 반도체 판매 시장이고 (한국은 물론) 모두가 그곳에서 경쟁해야 한다”며 “‘펩4(Fab) 4’는 어느 한 국가를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칩4’로 알려진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를 미국에선 반도체 생산 공장을 의미하는 ‘펩4’로 부른다. 반도체산업협회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물론 삼성전자 등 미국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의 이익을 대표해 미 행정부, 의회와 협상하는 단체로 굿리치 부회장은 글로벌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이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오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육성법에 서명한 역사적인 날이다. 그리고 우리는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에 획기적인 투자에 나선 것을 보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글로벌하다. 많은 미국 기업들은 한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공급받고 미국에서 나오는 모든 장비와 반도체 디자인 소프트웨어는 한국의 반도체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들이 반도체 기술의 선두주자로 남으려면 절대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칩4’ 참여로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국무부가 제안한 협력체는 반도체 ‘파워하우스’인 한국, 일본, 대만과 일종의 조정그룹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거대한 힘을 갖고 있고 일본은 반도체 장비, 대만은 파운더리(위탁생산), 미국은 설계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새로 구성될 협력체는 각 국별 강점과 장점을 한 데 모아 공급망을 더 안전하고 탄력적으로 만드는 것이며 각 국의 투자로 서로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협력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 등 참여국들은 반도체 분야의 새로운 규칙과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칩4’는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반도체 동맹인가?
“분명 중국은 한국 등 (칩4에 참여하는) 4개국이 직면한 도전이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 반도체 판매의 가장 큰 시장이고 글로벌 공급망의 필수적인 곳이다. 다만 모든 회사와 국가들이 중국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협력체의 목표는 어느 한 국가나 지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반도체 동맹의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우리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동맹국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하지만 (칩4는) 각국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과제와 협력할 분야를 논의하는 조정그룹이나 협의그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선 한국이 칩4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 협력체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미국과 한국 등 참여국들에 의해 정해질 것이고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본다. 그리고 한국 정부와 산업계가 이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좋든, 싫든 세계 공급망의 중요한 거점이면서 동시에 우리는 중국에서 (공급망) 탄력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는 신중하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
-‘반도체 산업 육성법’에 중국 신규투자 등을 막는 ‘가드레일’ 조항이 들어갔다.
“가드레일 조항은 미국 정책 결정자들과 의회가 강하게 주장한 내용이지만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 가드레일의 정의와 표준, 규칙 등은 상무부가 정하게 될 것이다. 한국이나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에 있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이나 핵심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대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일이 첨단반도체 개발에 협력하는 등 ‘칩4’ 내 경쟁도 치열할텐데.
“기업들은 매일 경쟁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건강한 것이다. 하지만 분명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전체가 더 건강해지도록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기업간 경쟁에 앞서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이뤄지는 연구에 투자하고 공정한 경쟁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고,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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