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에 따른 증시 침체가 이어지면서 하반기(7∼12월) 기업공개(IPO) 시장도 여전히 얼어붙은 모습이다. 예상 기업가치가 조(兆) 단위를 넘어 올해 ‘IPO 대어’로 꼽힌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고 있다. 지난해 증시가 활황일 때 기업가치가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받았던 차량 공유 플랫폼 업체 쏘카는 1조 원 미만으로 체급을 낮춰 상장하기로 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전날 쏘카의 공모가가 2만8000원으로 확정되면서 이를 적용한 쏘카의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9666억 원으로 정해졌다. 쏘카는 올해 3월 롯데렌탈이 1831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결정했을 당시만 해도 1조3000억 원짜리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쏘카는 당초 희망 공모가로 3만4000∼4만5000원을 제시했지만 앞서 348개 기관이 참여한 수요 예측에서 56 대 1 수준의 부진한 경쟁률로 흥행에 실패했다. 특히 290개 기관이 희망 공모가 하단(3만4000원)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긴축 기조와 경기 침체 속에서 공모가 고평가 논란과 국내 렌터카 업체와의 차별성 논란을 잠재우지 못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쏘카는 10, 11일 이틀간 일반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는데 첫날 경쟁률은 3.33 대 1, 청약증거금은 424억 원에 그쳤다.
쏘카의 상장 몸값이 1조 원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올해 1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조 단위 상장기업은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IPO 기업 수는 50개 사로 공모금액(14조 원)과 공모가 기준 시총(75조4000억 원)은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하지만 이는 공모가 기준 시총이 최대 70조2000억 원인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상장사 시총은 대부분 5000억 원 미만이다.
전 세계 증시가 크게 위축되자 상장을 준비해 온 기업들도 계획을 잇달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1월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은 수요 예측 부진을 이유로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다. 대명에너지와 보로노이는 몸값을 40% 이상 낮춘 후에야 증시에 입성할 수 있었다. 연내 상장을 계획했던 CJ올리브영도 이달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앞두고 IPO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쏘카는 상장을 강행하기로 했지만 컬리와 케이뱅크 등 하반기 대어들도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특히 코스피 유니콘 특례 상장 1호 기업인 쏘카가 몸값을 대거 낮추면서 2호 기업으로 유력한 컬리 역시 상장할 경우 몸값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컬리는 지난해 말 지분 투자를 받을 때 기업가치 4조 원을 인정받았지만 최근 시장의 눈높이는 2조 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PO 외에 추가 자금 조달원이 열려 있는 대어급 기업들은 상장 시기를 상당 기간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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