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월 휘발유 값 21% 하락 등 소비자물가상승률 0.6%P 둔화
美 3대 지수-亞증시 일제히 반등… 한국 외환시장도 원-달러환율 안정
연준 “갈 길 너무 멀다” 여전히 경계… 전문가 “한은, 보수적 통화정책 유지”
10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5%로 전월(9.1%)에 비해 다소 꺾이자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물가상승세가 주춤하면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를 늦출 여지가 생기고 이는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 것이다.
이날 뉴욕 증시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2.9% 급등하는 등 3대 지수가 모두 오름세를 나타냈다. 11일 코스피도 전 거래일보다 1.73%(42.90포인트) 오르는 등 아시아 증시도 모처럼 일제히 반등했다. 코스피가 1% 이상 상승한 건 지난달 18일 이후 18거래일 만이다. 다만 미국의 물가상승세가 확실히 꺾였는지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과도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 고개 든 美 인플레 정점론
작년에 이어 올 들어서도 거침없이 오르던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6월에 마침내 상승률이 9.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연준의 잇단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도 이제 정점을 지났을 것이라는 예상이 점차 힘을 얻어왔다. 미국 물가가 한풀 꺾인 결정적 계기는 에너지 가격의 하락이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10일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갤런당 3달러대인 3.99달러로 내려왔다. 6월 고점에서 21%나 하락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곧 진정되면서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급격히 퍼졌다. 금리 선물(先物)로 기준금리 추이를 점치는 미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빅스텝)할 가능성을 56.5%로 점쳤다. 9일까지만 해도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68.0%로 대세였는데 하루 만에 전망이 급변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달 인플레이션은 (전달 대비) 제로(0)였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야당인 공화당과 주요 언론들은 “자화자찬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내려갔지만 식료품과 주거비 등 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품목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준도 여전히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7월 물가상승률은 ‘승리’로 보기엔 갈 길이 너무 멀다”며 “기준금리를 연말 3.9%, 내년 4.4%까지 올려야 한다”고 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도 이날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금리가 연말 3.25∼3.5%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물가 안정 속단은 어려워”
만일 미국의 물가가 계속 안정되고 연준이 속도 조절에 나선다면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한미 기준금리는 이미 역전됐지만 금리 격차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벌어지는 상황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강세가 진정되고 1300원 넘게 치솟았던 환율이 안정되면서 수입물가 부담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7.4원 하락(원화 가치 상승)한 1303.0원에 마감했다.
다만 향후 경기 흐름이 아직 불확실하고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경계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물가 안정을 자신하긴 이르다. 최상목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플레이션 정점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지만 이는 최근 에너지 가격 하락에 기인한 면이 크다”며 “결국은 유가 향방에 달려 있고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지금의 원자재 가격 조정 국면이 일시적인지 추세적인지 속단하기 어렵다”며 “보수적인 관점에서 통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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