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족쇄 풀린 이재용… 반도체-배터리-M&A 광폭행보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2일 11시 17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복권됐다. 취업제한 해제로 경영 복귀 길이 열렸지만 산업계를 둘러싼 여러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복하고 경제 활성화와 삼성 재도약을 이뤄야 하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 취업제한 해제, 경영복귀 수순 밟을 전망
이 부회장은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지난해 1월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 받아 복역하다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형기는 지난달 29일 종료됐지만 5년간 취업제한 대상에 해당됐다. 이번 복권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등기이사 취임 및 이사회 참여 등 경영 일선 복귀가 가능해졌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운신이 가능해진 뒤로 지난해 말 북미·중동 출장, 올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양국 대통령의 평택 반도체 공장 안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회동, 유럽 현지 출장 등 대외적으로는 경영 보폭을 넓혀 왔다. 하지만 취업 제한 조건에 따라 이사회 등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로 삼성은 미뤄뒀던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미래 투자와 그룹 내부 다지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은 연이어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하는 와중에도 내부적으로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 왔다. 이 부회장이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사법 리스크를 겪으면서 전장업체인 독일 하만을 인수한 뒤 6, 7년째 이렇다 할 M&A도 시도하지 못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으로 사법 리스크를 아직 완전히 벗은 건 아니지만 삼성의 사업 재편 또는 확대 작업에 숨통의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 제한 조건에 따른 경영 참여 논란으로 그동안 자제해온 그룹 내부의 현장 방문 등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복합위기 속 경제 활성화 숙제 받아
이번 이 부회장에 대한 복권 결정은 글로벌 복합위기로 한국 경제계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이뤄졌다. 핵심 안보 산업인 반도체와 배터리 모두 미중 갈등의 핵심에 놓이면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정부와 상하원이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는 ‘칩4 동맹’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게 기회이자 위기가 되고 있다. 바이든이 10일 서명한 ‘반도체 지원법안(CHIPS Act)’과 최근 상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등은 국내 반도체와 배터리 기업에도 양 날의 칼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을 필두로 한 삼성의 행보는 향후 SK, 현대자동차, LG 등 다른 국내 주요 그룹의 의사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함께 올 5월 삼성이 발표한 5년 간 450조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도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계기로 구체화된 실행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또 다른 주력산업으로서의 바이오 부문에서도 대형 M&A를 통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공식 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도 보다 활발히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부친인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9년 ‘원 포인트’ 사면된 이후 평창올림픽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 것처럼 이 부회장도 재계의 민간 외교관 역할로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재판 진행 중이라는 걸림돌이 있지만 자유로운 신분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재가동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9월 미국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앞두고 주요 그룹 경제사절단이 꾸려질 경우 주요 해외 일정으로 미국행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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