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는 이스타항공의 재운항을 위한 운항증명(AOC) 발급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11월 변경 면허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자본잠식 사실이 반영되지 않은 회계자료를 제출했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자본잠식을 의도적으로 숨기려고 했다고 보고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억울해하고 있다.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의 경우 재무 기준에 미달한다고 면허 취소 대상이 되진 않는다. 이스타항공이 자본잠식을 감출 이유나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 내부 회계 시스템 마비 등으로 인해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수 있더라도 고의로 자료를 숨기거나 조작한 것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시시비비는 경찰 수사로 가려지겠지만 문제는 시점이다. 국토부는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가 유효해야 AOC 절차가 성립되기 때문에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은 AOC가 없어서 이미 2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매출이 없는데도 항공기 리스와 정비에 드는 비용과 인건비 등을 합쳐 하루 2억 원가량을 꼬박꼬박 지출해야 한다. 파산 직전까지 간 이스타항공을 살리겠다며 1500억 원 이상의 뭉칫돈을 투자한 모회사 ㈜성정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직원들의 생계 역시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AOC 발급 전까지 급여 일부를 회사에 반납하기로 했다. 회사를 위해 근로자들이 희생하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 발표로 영업 재개가 불투명해지면서 유급 휴업과 단축 근무도 진행하기로 했다. 상황이 길어지면 추가 구조조정이나 무급 휴직까지 갈 수도 있다.
직원들의 삶은 갈수록 무너지고 있다. 한 직원은 생계를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를 당해 쇄골이 부러졌다. 결혼을 미루고 대리운전까지 하는 직원도 있다. 이스타항공의 한 직원은 “딸이 뉴스를 보더니 ‘아빠 힘들면 회사 그만 다녀도 돼’라고 하더라. 가슴이 미어졌다”고 전했다. 이미 이스타항공을 떠난 직원 약 600명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점차 접고 있다. 이스타항공 주변의 조업사와 협력사 직원, 그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생계가 걸린 수만 명이 경찰 수사 결과만 바라보게 됐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AOC 발급 절차는 밟되 수사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직원들 개개인의 상황이 안타깝긴 하다”라고 했다. 잘못된 일을 처분하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항공업계와 그 종사자들도 살릴 수 있는 국토부의 혜안을 기대해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