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6공급대책’은 공공 주도였던 이전 정부의 공급 대책을 민간 주도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급 걸림돌이었던 각종 규제를 완화해 민간 공급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 주요 규제 완화는 법을 개정해야 해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270만 채라는 대규모 물량을 어디에 어떻게 공급하겠다는 구체안이 없어 이번 대책이 청사진에 그칠뿐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 규제 푼다…서울에 10만 채 추가 공급
정부는 먼저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재초환 부담을 줄여주고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여기에 신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구역을 22만 채(서울 10만 채) 규모로 추가 지정해 5년 간 정비사업으로만 52만 채(서울 24만 채)를 공급할 계획이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평가 배점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최하 30%까지 낮추고, 주거환경 및 설비노후도 배점을 높인다. 특히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를 지자체 요청 때만 시행하기로 해 사실상 폐지할 방침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9·11단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 광진구 광장극동아파트 등이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줄줄이 탈락했다.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노원구 상계주공 등도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는 재건축 초기 단지다.
다만 국토부가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용 범위와 시행 시기는 연말 제시하겠다”고 밝혀 당장 시장에 미칠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주민들 기대감이 크지만 언제 적용될 지 구체적으로 배점이 어떻게 바뀔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재초환의 경우 9월 중 ‘재건축이익환수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구체안을 밝힌다. 재건축 부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는 초과이익 기준인 3000만 원을 1억원으로 상향하고, 부과율도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부담금을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대체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안이 없어 시장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정비사업은 속도가 중요한데 정부가 시장 눈치를 보느라 발표 시기를 미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도 초고층 짓도록 용적률 혜택
이번 대책에는 민간 주도 도심복합개발사업 제도를 신설해 기존에 공공에만 주어지던 용적률 인센티브(최대 500%)를 민간에도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방식을 따르면 토지주 3분의2 이상이 동의할 경우 민간 전문기관(신탁·리츠)이 조합을 대신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용도·용적률·건폐율 등의 규제가 없는 ‘도시혁신계획구역’(가칭)으로 지정해 특례를 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노후도 60% 이상인 역세권이나 준공업지역을 개발하면 용적률을 500%까지 허용한다. 국토부는 9월 중 이를 포함한 ‘도시계획 개편 종합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기존 공공주도 개발 대상지 중 동의율이 30% 미만인 곳은 공공후보지 철회 후 민간사업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한다. 기존 공공주도 사업에 대한 주민 반발이 심해 진척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반영했다.
●서울 물량 30%는 도시형생활주택
이번에 서울에 공급하는 50만 채에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非)아파트가 15만 채 포함돼 있다. 정비사업 외 민간 아파트 물량 5만 채도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사업 방식은 대책에 명시돼 있지 않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50만 채는 서울에서 2018~2022년 공급된 32만 채보다 50% 이상 증가한 물량”이라며 “이중 비아파트가 15만 채인데, 수요자 눈높이와 맞지 않는 주택이 난개발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청사진일뿐 실제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민간 위주로의 사업 전환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민간이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각종 인센티브 등 유인책을 서둘러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통합심의를 도입한다 해도 실제 공급에는 최장 10년이 걸린다”며 “앞으로 시장상황이 불투명해 민간 참여가 활성화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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