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재개발 풀어 5년간 24만채 공급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7일 03시 00분


尹정부 첫 주택 공급대책 발표

정부가 내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서울에 50만 채 등 전국에 주택 270만 채를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재건축 안전진단과 부담금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해 재건축과 재개발로 서울에서 24만 채를 공급한다. 이는 1기 신도시인 분당신도시의 2.5배와 맞먹는 물량이다.

하지만 공급 입지나 시기가 확정되지 않고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데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 적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8·16공급대책)을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첫 주택 공급 대책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 158만 채, 지방에 112만 채를 공급한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52만 채(서울 24만 채),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88만 채(서울 5만 채) 등을 공급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요자가 살고 싶은 곳에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민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서 도심 공급을 늘리는 데에 역점을 뒀다. 기존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재건축 안전진단은 구조안전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30∼40%로 낮춰 재건축 문턱을 낮춘다. 재건축 초과이익 3000만 원까지만 면제해주는 재건축 부담금 면제 기준을 올리고 부과 기준도 완화해 조합원 부담을 낮춘다.

민간 신탁이나 리츠 등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등을 복합 개발하는 ‘민간 도심복합사업’도 도입한다. 대선 공약이었던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은 유형을 통합해 무주택 서민에게 시세 70% 이하로 총 50만 채를 공급한다. 반지하 거주자의 공공·민간 임대주택 이주도 추진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겹겹이 쌓인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주도로 공급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국회 법 통과가 필요하고 시장 상황도 불확실성이 커져 실제 270만 채를 공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재초환-안전진단 규제 완화… 상계-방이-목동 재건축 빨라질듯


서울 재건축-재개발 풀어 24만채 공급

재건축, 부담금 면제 기준 완화 ‘안전성 비중’ 30%까지 낮추기로
민간주도 도심복합개발사업 신설, 용적률 최대 500%까지 허용
물량 공급 구체적 지역은 안 밝혀… 최장 10년 걸려 민간 참여도 불투명


‘8·16공급대책’은 공공 주도였던 이전 정부의 공급 대책을 민간 주도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급 걸림돌이었던 각종 규제를 완화해 민간 공급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는 법을 개정해야 해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고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도 구체 방안 발표는 연말로 미뤄졌다. 270만 채라는 대규모 물량을 어디에 어떻게 공급하겠다는 구체안이 없어 이번 대책이 청사진에 그칠 뿐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 재건축 규제 푼다…서울에 10만 채 추가 공급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재초환 부담을 줄여주고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전 정부 때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은 재건축 가능 평가 배점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최하 30%까지 낮추고, 주거 환경 및 설비 노후도 배점을 높인다. 예컨대 붕괴 위험이 낮아도 지하 주차장이 없거나 상하수도 등이 낡았을 경우 재건축할 수 있는 방안을 터주겠다는 의도다. 특히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를 지자체 요청 때만 시행하기로 해 사실상 폐지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9·11단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 광진구 광장극동아파트 등이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줄줄이 탈락했다.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노원구 상계주공 등도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는 재건축 초기 단지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집값 자극을 고려해 “적용 범위와 시행 시기는 연말에 제시하겠다”고 밝혀 당장 시장에 미칠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부담금은 면제받을 수 있는 초과이익 기준을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리고 1주택 장기보유자나 고령자 등은 부담금을 감면해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부담금을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 받는 등 재건축 초과이익을 적정 수준으로 환수할 계획이다. 9월 중 ‘재건축이익환수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구체안을 밝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구체안이 없어 시장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정비 사업은 속도가 중요한데 정부가 시장 눈치 보느라 발표 시기를 미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민간도 초고층 짓도록 용적률 혜택
이번 대책에는 민간 주도 도심복합개발사업 제도를 신설해 기존에 공공에만 주어지던 용적률 인센티브(최대 500%)를 민간에도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토지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조합이 아닌 민간 전문기관(신탁, 리츠)이 대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용도, 용적률, 건폐율 등의 규제가 없는 ‘도시혁신계획구역’(가칭)으로 지정해 특례를 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노후도 60% 이상인 역세권이나 준공업지역을 개발하면 용적률을 500%까지 허용한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공공 주도 개발 대상지 중 동의율이 30% 미만인 곳은 후보지 철회 후 민간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
○ 서울 물량 30%는 도시형생활주택 등 非아파트
이날 정부가 밝힌 전체 공급 물량 270만 채는 문재인 정부가 발표했던 210만 채보다 많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70만 채는 인허가 기준이어서 실제 공급 시기와 시차가 있다”며 “집값 하락기에 공급을 줄였다가 그 다음 상승기 때 공급 부족으로 폭등을 맞았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청사진일 뿐 실현 가능성은 의문인 등 ‘물량 부풀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서울에 공급하는 50만 채에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非)아파트가 15만 채 포함됐다. 정비사업 외 민간 아파트 물량 5만 채도 포함됐지만, 구체 방식은 제시되지 못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서울에서 비아파트가 15만 채인데, 수요자 눈높이와 맞지 않는 주택이 난개발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민간 위주로의 사업 전환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민간이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각종 인센티브 등 유인책을 서둘러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통합 심의를 도입한다 해도 실제 공급에는 최장 10년이 걸린다”며 “앞으로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 민간 참여가 활성화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첫 주택 공급대책#재건축#용적률 혜택#도시형생활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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