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압력에 전세계 주요국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면서 미국 등 전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계 경기 둔화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도 우려되고 있다.
18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전세계적 통화 긴축 가속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미국과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1961년 이후 미국 등 주요 10개 선진국의 경기침체 사례를 분석한 결과 내년에 경기침체에 직면할 가능성이 미국 30%, 유럽 40%, 영국 45%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통화정책 등 정책대응 수단의 한계로 경기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올 1~2분기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각 -1.6%, -0.9%)해 이미 기술적 경기침체에 진입했다. 이에 따른 실물경제의 경기침체 진입 여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경기순환결정위원회가 선언한다. 전미경제연구소는 경기침체를 실질 GDP(국내총생산), 실질 개인소득, 고용, 산업생산, 도소매판매 등을 기준으로 경제 전반에 걸쳐 상당한 경제활동 둔화세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연 2.85%에서 2.75%로, 7일 만기 역환재조건부채권(RP) 금리는 2.1%에서 2.0%로 각각 0.1%포인트씩 인하했다. 인민은행이 금리를 낮춘 것은 올 들어 이번이 두 번째로 그만큼 중국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지표도 세계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수요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재고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1로 지난해 5월(56.0) 이후 14개월 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수요 둔화는 기업재고 증가, 생산감소로 이어져 세계경제 성장이 더 둔화될 수 있는데, 수출의존도가 큰 신흥국의 경우 여파가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회복기의 재고 증가는 늘어난 수요에 맞춰 공급이 확대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긍정적 신호로 간주됐으나 최근의 재고 증가는 수요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징후”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 역시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출하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올 6월 98.87로 6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갔다. 한국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5월(101.95)을 고점으로 상승세가 꺾인 뒤 13개월 연속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향후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로, 6∼9개월 뒤 경기 위축되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한은이 오는 25일 내놓는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을 2%대 중반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제시한 바 있다. 정부 전망치(2.6%)나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2.3%)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우리 경제는 1분기 0.6%, 2분기 0.7% 성장하는 등 2개 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다. 성장률 2.7%를 달성하려면 나머지 3, 4분기에 전기 대비 각각 0.3% 성장해야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주요국의 통화 긴축, 높은 물가, 중국과 미국 경기침체 등 경제 하방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과 미국 경기 침체는 수출을 비롯한 대외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
2분기의 경우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민간소비가 3% 늘어나면서 어느 정도 선방을 했지만 3,4분기에는 코로나19 재확산과 글로벌 경기 부진 등으로 소비,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4월 전망보다 0.4%포인트 하락한 3.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산 가스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등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성장률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정부 역시 성장 목표치 달성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2.3%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앞서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하반기 이후 주요국 금리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로 국내 경기의 하방리스크가 증대될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수준을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연간 성장률이 2.3%를 기록하려면 산술적으로 3분기와 4분기 각각 -0.2%씩 성장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하반기 이후 주요국 금리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로 국내 경기의 하방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다”며 “중국, 미국 등 주요 교역상대국의 성장세 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약화될 경우 3, 4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등 경기가 침체될 경우 수출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들어가 수출이 나빠질 경우 3,4분기 마이너스 성장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 증가세가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물가까지 지속되면 소비가 위축돼 성장률이 2%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로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