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의 수요가 빠르게 식으면서 철강사에 재고가 쌓이고 있다. 판매량이 코로나19 대유행 수준으로 급감했다. 글로벌 공급망 우려에 중국발 수요 부진까지 겹친 결과다. 올해 하반기 철강사의 경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 철강 부문의 올해 상반기 기준 재고자산은 총 14조997억7900만원으로 지난해 말(12억341억6000만원)보다 17% 증가했다. 재고 자산이 얼마나 빨리 매출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재고자산회전율은 지난해 5.31회에서 올해 상반기 4.66회로 떨어졌다.
현대제철의 상반기 재고자산도 8조2657억원으로 지난해 말(6조7304억원)에 비해 22%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재고자산회전율은 3.35회에서 3.27회로 하락했다. 동국제강의 재고자산회전율도 6.0회에서 5.2회로 떨어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열간압연 재고는 1년 전보다 53.2%나 늘어난 407만6000톤(t)에 달했다. 열연강판 재고는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많은 173만톤까지 늘었고 냉연강판 재고도 69만톤으로 29.2% 증가했다.
재고가 늘어난데 비해 철강 판매량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열연강판의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줄어든 497만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발(發) 세계 경기가 얼어붙었던 2020년 상반기(480만톤)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철강 재고가 쌓이는 건 자동차, 건설 등 전방산업 수요 감소, 각국의 긴축정책 등 글로벌 경기침체가 현실화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철강 제품 주문 감소를 내다보고 상반기 조강생산량을 줄였지만 재고가 예상보다 더 많이 쌓이고 있다는 게 철강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수요 감소, 판매 부진이 겹친 재고 증가는 고스란히 철강사의 하반기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세계 철강 수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철강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봉쇄 정책 속에서 부동산 등 인프라 투자가 지연된 탓에 철강 재고가 쌓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원재료 및 철강 제품 가격 하락으로 당장 3분기부터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지난달 28일 기준)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두달새 2조원에서 1조6482억원로 하향 조정됐다. 4월 추정치와 비교하면 17.4%나 낮아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계절적 비수기를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으로 철강 수요가 감소하며 재고가 쌓이는 건 부정적 시그널”이라며 “나름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수요가 살아나야 업황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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