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등에 업은 GM “1위 넘어 미래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3일 03시 00분


전기차-신사업 주도권 잡기 가속
전기-자율주행차에 47조원 투입…高마진 모빌리티 서비스 등 확대
美정부, 전기차 보조금 등 지원…민관 ‘기술패권국 지키기’ 한마음
배라 CEO, 親민주 리더십도 한몫

미국 디트로이트의 제너럴모터스(GM) 본사에는 글로벌 헤드쿼터(HQ)를 포함한 23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디트로이트=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미국 디트로이트의 제너럴모터스(GM) 본사에는 글로벌 헤드쿼터(HQ)를 포함한 23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디트로이트=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의 ‘맹주’ 자리를 처음으로 일본 도요타에 내줬다. 90년 만에 안방 1위 자리를 뺏긴 것이다. 절치부심했을 GM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지난달 26∼29일 방문했던 미국 디트로이트의 GM에서 ‘1위 재탈환’ 같은 슬로건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미래’라는 단어로 꽉 차 있었다.

전기 픽업트럭 ‘허머EV’
전기 픽업트럭 ‘허머EV’
GM은 2025년까지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분야에 350억 달러(약 47조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시승 기회를 얻었던 ‘허머EV’는 GM의 미래 전략을 상징하는 차량이다. 전설적인 오프로드 모델 허머를 전기 픽업트럭으로 환생시킨 것이다. 가정집에서 며칠은 쓸 수 있는 배터리 용량, 우주선에 탑승한 것 같은 내부 인테리어의 허머EV는 지난해 11월 시승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거 물건이다”라며 엄치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 2030년에는 매출 2배 이상 달성

GM은 지난해 10월 인베스터데이에서 약 1400억 달러인 연간 매출을 10년 뒤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자동차 판매 매출에 기대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GM은 신사업에서만 2030년 약 800억 달러(약 107조 원)를 벌 계획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크루즈 기술을 적용한 식료품 배송 및 운송 서비스 등 모빌리티 서비스, 차량 관련 소프트웨어(SW) 제공, 차량 보험 및 금융 서비스, 순수 전기차 플랫폼(GM 얼티엄) 판매 등이다.

폴 제이컵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GM은 현재 10년 뒤 두 배의 수익과 이윤 증대를 이뤄내기 위한 변곡점에 와 있다”면서 “마진이 높은 SW 서비스 확대, 신규 사업 진출 등으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자동차 부문은 이익 증대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이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10년 뒤 GM의 차량 판매 매출은 현재보다 약 40%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 정부가 가장 든든한 우군
GM의 공격적인 행보에 대해 미 정부는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며 기술 패권국으로서 자존심을 지키려는 미 정부로서도 GM만 한 파트너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이 대표적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미국에서 만들어진 배터리나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전기차 등에만 보조금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GM은 법안 내용을 미리 꿰뚫기라도 한 듯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기지를 공격적으로 확충해왔다. 해외 주요 공장을 폐쇄했고 미국 내에서도 생산성이 떨어지는 공장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그 대신 전기차 배터리 생산과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미국에서만 3개 지역에 배터리 셀 제조공장을 짓고 있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

전기 스포츠튜칠이티차량(SUB) ‘리릭’
전기 스포츠튜칠이티차량(SUB) ‘리릭’
미 정부는 그간 제조사가 누적 판매량 20만 대를 달성하기 전까지만 보조금을 지급했다. 내년부터는 이 규정이 사라진다. GM은 내년에 대거 출시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전기차 등에 대해 모두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됐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란 의문을 표할 정도다.

○ 민주당 성향 CEO의 리더십
메리 배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메리 배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회장)도 회사의 재도약을 이끄는 원동력에서 빼놓기 힘들다. 그는 지난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대기업을 대표하는 CEO 협회이자 대표적 미국 경제 로비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의장에 선임됐다. 배라 회장은 민주당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는 공장 폐쇄, 자동차 연비 규제 문제 등으로 각을 세웠지만 바이든 정부와는 기후변화나 친환경차 정책 등에서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GM 이사회 역시 2016년 선임된 배라 회장의 리더십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미 정부와 현지 업체들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모양새인데, GM은 그중 가장 선두에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gm#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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