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한국처럼 저성장과 인력난에 시달리며 ‘고용 있는 침체’의 몸살을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차단된 데다 인구 고령화 등이 겹치면서 생긴 이례적인 현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이런 ‘수수께끼 같은 불황’을 겪는 대표적인 나라다. 경제 성장률은 1분기(1∼3월), 2분기(4∼6월)가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내며 기술적 경기침체에 돌입했지만 지난달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3.5%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은 이처럼 경제가 사실상 ‘멈춤’ 상태인데도 자발적 퇴사자가 매월 수백만 명에 달할 정도로 기업들이 ‘역대급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도 상황은 대체로 유사하다. 유럽 최대의 경제 대국인 독일의 경우 2분기 성장률 추정치는 전 분기 대비 0%에 그쳤지만 실업률은 약 40년 만에 최저 수준에 불과하다. 영국과 일본 역시 분기별 성장률이 0% 안팎으로 사실상 ‘제로 성장’에 머물고 있으나 실업률은 2∼3%대로 매우 견고하다. 뉴질랜드도 1분기에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뒷걸음질쳤지만 실업률은 3.3%로 매우 낮은 편이다.
해외 각국의 이런 현상은 팬데믹과 탈(脫)세계화로 인해 외부로부터의 노동 공급이 차단된 게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부터 이어진 미국의 이민자 단속과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본국 회귀),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등이 이런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여기에 선진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고령화 현상도 기업들의 인력난을 자극한 주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고용 있는 침체’ 상황을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세계 각국에 나타났던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과 자주 비교하기도 한다. 당시엔 소득 양극화와 기술 자동화로 지표상의 경제는 성장하면서도 일자리가 그에 따라 늘지 않는 현상이 관찰된 바 있다. 이에 당시 재정위기를 겪었던 유럽을 중심으로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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