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외환·금융당국도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1350원 턱 밑까지 차오른 원·달러 환율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23일 오전 9시22분께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당국이 공식 구두개입에 나선 건 지난 3월7일, 4월25일, 6월13일 이후 네번째다. 이날 구두개입 직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1337.0원까지 하락하면서 1340원대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다시 하락폭을 일부 반납한 뒤 전거래일(1339.8원)보다 5.7원 오른 1345.5원에 거래를 마쳤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청사 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국민 여러분이 1340원까지 치솟은 환율 때문에 걱정이 많을 것 같다”며 “달러화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 민생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 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경우 이날 열린 임원회의에서 “자본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우 이를 악용해 투자자 등 피해를 야기하고 시장 신뢰성을 저해하며 시장 변동성을 더욱 확대시키는 불법·불공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또 “이러한 자본시장 불법·불공정행위에 대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과 공조해 철저히 조사하고, 발견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는 금융불안 지속에 대비해 영업에 내실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도 시장 내 과민반응에 따른 쏠림 현상과 과도한 레버리지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과도한 외환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한 방송에서 “시장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도 같은날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원화 약세폭은 엔화와 유로화 등 여타 통화에 비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오전에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분명 (시장에) 영향을 미쳤고 되돌림이 있었는데 오후 들어서는 글로벌 달러 강세가 다시 시작되면서 효과를 다 지운 것처럼 보이게 됐다”며 “지난주부터 달러 강세 특징이 글로벌 달러 강세가 매우 강해서 모둔 통화가 약세가 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도 따라 가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백 연구원은 또 “일주일간 글로벌 달러 강세는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급등을 동반한 움직임”이라며 “(오후) 유럽장 개장 무렵에 글로벌 달러 강세, 원달러환율 급등이 다시 나타났다는 건 오늘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오를 조짐이 보이니까 이런 움직임으로 연결된 게 아닌가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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