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전망하는 향후 1년간의 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8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고물가 기대심리가 어느 정도 꺾인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계속 치솟고 있어 하반기 물가 흐름은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3%로 전달(4.7%)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한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전달보다 하락한 것은 지난해 12월(0.1%포인트 하락)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도 8월 중 88.8로 지난달보다 2.8 상승했다. 그러나 기준점인 100보다는 크게 낮아서 향후 경기나 소비지출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글로벌 물가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기대감, 올해 하반기에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정부 발표 등이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치솟고 있어서 기대인플레이션율 하락이 실제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그만큼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수입품의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기대인플레이션율 조사에는 최근 환율 상승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환율이 급등해 수입 물가가 높아지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 추세가 잡히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물가 기대치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0.67%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