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첫 전기 SUV ‘리릭’ 시승기… 두께 확 줄인 1.5cm 헤드램프 배치
운전석 계기판 - 디스플레이 일체화… 한국인 디자이너 2명 참여한 모델
배터리 10분 충전으로 120km 주행… 가격 책정에 韓시장 성공 여부 달려
지난달 27일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밀퍼드 프루빙 그라운드(MPG).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브랜드 차량들을 테스트하는 이곳에서 GM 캐딜락 브랜드의 야심작인 ‘리릭(LYRIQ)’을 만나볼 수 있었다.
리릭은 GM의 순수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을 적용한 캐딜락 최초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특히 내년에 한국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어 프리미엄 전기차로서의 입지를 얼마나 다질 수 있을지 관심을 끄는 모델이다.
처음 보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캐딜락 특유의 그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미래차라는 이미지가 물씬 느껴졌다. 전면부 그릴 양쪽에 1.5cm 두께의 헤드램프가 세로로 배치돼 있었다. 라이팅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 6.5cm의 헤드램프 두께를 혁신적으로 줄였다. 헤드램프 두께가 줄어 그릴이 넓어졌고, 특히나 빗살 모양으로 그릴 무늬를 꾸민 덕분에 그릴은 더 넓어 보였다.
리릭은 뒤로 갈수록 차체 라인이 낮아진다. 왜건과 비슷했다. 리릭의 차 길이는 4996mm로 제네시스 ‘GV80’(4945mm)보다 조금 길지만 높이는 1623mm로 GV80(1715mm)보다 낮다. 후면 디자인은 신기한 느낌이었다. 후면을 반으로 나눠서 윗부분 램프는 ‘니은(ㄴ)’ 모양, 아래쪽은 수직으로 떨어지는 모양의 램프였다. 묘하게 안정감을 줬다.
인테리어는 깔끔했다. 운전석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33인치)를 하나의 곡선형으로 일체화했다. 센터 콘솔도 각종 수납공간으로 활용해 개방감을 줬다. 군데군데 있는 도트 무늬나 좌석 시트 한가운데를 지나는 파란색 줄 등으로 포인트를 준 디테일이 인상적이었다. 센터 콘솔에는 캐딜락 로고가 박힌 다이얼 컨트롤러가 멋을 더했다. 디스플레이를 조작하는 용도다. 운전대 오른쪽에 기어봉을 배치한 것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보였다.
리릭은 한국인 디자이너 2명이 참여한 모델이기도 하다. 길보빈 디자이너는 외관, 김미소 디자이너는 컬러앤드트림 팀을 이끌었다. 길 디자이너는 “규제와 안전, 기술적인 면 등 때문에 콘셉트 디자인이 그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리릭은 콘셉트와 양산차의 디자인이 99% 같다”고 했다. 김 디자이너는 “문을 열고 앉아서, 시동을 켜고 달리는 순간의 모든 경험을 고려하며 세부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MPG에 있는 5km 트랙을 돌았다. 매끈한 도로뿐 아니라 울퉁불퉁하고, 거칠고, 움푹 파인 도로도 있었다. 주행 성능은 훌륭했다. 시속 70km 아래로 달렸을 때의 정숙성은 일품이었다. 속도를 올려 봤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에 걸림 없이 치고 나가는 주행 성능이 매우 뛰어났다. 특히 에어서스펜션 때문에 도로의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도 차량의 흔들림이 적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날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지만 빗길 주행도 안정적이었다.
12개의 배터리 모듈로 구성된 100kWh급 대용량 배터리 팩이 탑재돼 있다. 캐딜락 자체 테스트 결과 1회 충전으로 최대 480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 10분 충전으로 약 12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엔 가격 책정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릭의 북미 판매 가격은 5만9990달러(약 8000만 원)부터다. 각종 옵션 등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8000만∼9000만 원에서 한국 출시 가격이 형성되면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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